[오늘의 시] '쑥국' .. 김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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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덕 찬바람을 털어내고 아침마다 한 쌍의 새가 날아와선 창문을 열라 보챈다 그래, 겨우내 움추린 내 몸 안에 봄이 오고 있음이야 나는 이 아침에 쑥국을 끓여 먹는다 버려진 둔덕에서도 밟힐수록 눈 밟힌 쑥이지, 아마. 쑥쑥 목구멍을 타고 국물로 흘러들어와 햇빛 한 아름 불러들이고 있음이야 아, 맛있다! 생기나게 하는 이 초봄의 쑥국 맛, 들녘에서 먼저 눈 비비고 깨어나 꽃샘추위로 고독을 달군 이 향긋한 내음이며 차가운 빗물이랑 해와 달과의 고적한 기억을 갇춘, 혹은 그 견고한 사랑을 풀어내는 쑥국 맛 참 맛있다! 시집 "빠지지 않는 반지"에서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