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선 지방업체] (4) '대회전 앞둔 광주'

광주의 금남로와 충장로 지하상가연합회는 최근 "롯데백화점의 입성을 저지해달라"는 탄원서를 시에 제출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진출로 이미 손님이 크게 줄어든 상태여서 롯데까지 들어오고 나면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는게 이곳 상인들의 주장. 대형 유통자본의 남진에 대해 지방 유통업계가 어느정도 위기의식을 느끼는지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사례다. 지난 95년8월 광주신세계가 문을 열기 전까지만해도 충장로와 금남로는 고객들로 북적거렸다. 매장의 권리금만도 기본이 1-2억원에 달할 정도로 장사가 괜찮았다. 하지만 지금은 권리금 자체가 없어졌다. 임대료도 30%이상 떨어졌다. 특히 광주신세계과 인접해 있는 양동시장에서는 폐업하는 상인들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광주지역 최대규모의 재래시장인 이 곳의 거래량은 예전의 60% 수준으로 급감했다. 화니 가든 송원등 백화점들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지하상가가 그 정도인데 신세계와 직접 경쟁하는 백화점들이야 오죽하겠느냐"고 화니백화점 김충식 경영지원실장은 반문한다. "직격탄"을 맞은 토착백화점의 영업실적은 급전직하했다. 일부에서 매장을 확장하는등 수성에 나섰으나 신세계의 공세를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광주 신세계의 지난해 매출은 토착백화점보다 훨씬 많은 1천9백80억원. 이는 광주지역 백화점 총매출의 무려 36.3%에 해당하는 규모다. 광주 신세계는 이렇듯 파죽지세로 개점 1년만에 현지 백화점시장의 3분의 1이상을 장악했다. 반면 화니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은 9백억원으로 95년에 비해 1백억원이상 감소했다. 지난해 1백25억원을 들여 매장을 1천2백여평이나 늘렸는데도 매출은 오히려줄어든 것이다. 또 95년 30억원의 순익을 냈으나 지난해에는 15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가든백화점도 신세계가 입점하기 전까지는 연간 30%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성장률이 3%로 뚝 떨어졌다. 순이익도 95년에는 60억원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2억원으로 감소했다. 광주지역 토착백화점들이 우려하는 것은 지금도 지금이지만 대형유통기업의줄줄이 들어올 예정이어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 당장 내년이면 신세계보다도 매장이 큰 롯데백화점 대인점(매장면적 9천3백평)이 문을 연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할인점 E마트와 나산클레프도 들어온다. 뒤를 이어 99년에는 까르푸 광주점이 오픈한다. 송원백화점의 최희동상무는 "내년부터 중앙백화점들이 속속 들어오면 광주에서도 부산의 태화백화점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화니 가든 송원 등은 단일점포인데다 매장규모가 작아 신세계백화점에게 밀렸다고 보고 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과도 같은 경쟁인데 애시당초 결과는 뻔한게 아니었느냐는 설명이다. 이에비해 신세계는 자신들의 입지선정이 적절했다고 생각하고 있다(조석찬 광주점장). 신세계 광주점은 광천터미널 바로 옆에 있다. 따라서 주말을 맞아 장성 나주 목포등 주변도시에 올라오는 고객은 거의 대부분 신세계로 몰리는 실정. 화니와 가든 등이 전반적이 매출부진 속에서도 특히 주말영업이 저조해어려움을 겪는 것도 바로 여기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있다. 토착백화점들은 규모에서 밀렸다는 판단 아래 일단 점포의 대형화와 다점포화를 통한 몸집불리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중심상권보다는 목이 좋은 부도심,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는 백화점보다는 할인점 개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면대결보다는 측면공략에 촛점을 맞추는 전략이다. 그래서 "안방을 내주고 곁방으로 밀려나고 있는 꼴"(류연성 가든백화점 기획팀장)이라는 자조적인 소리도 들린다. 실례로 가든백화점은 신설예정인 백화점과 할인점의 위치를 서구 광산구등아직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외곽지역으로 잡았다. 가든은 이에앞서 전체 직원 5백명중 무려 1백명을 감축하는등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송원백화점은 아예 광주 밖으로 눈을 돌려 올초 이미 전북익산과 전남여수에 백화점을 출점시켰다. 할인점인 송원마트도 여천등지에 내년까지 3개를 추가로 열기로 했다. 화니백화점은 할인점인 화니마트의 다점포화에 비중을 두고 있다. 지난해 기존 수퍼를 확장한 3개의 할인점을 오픈한데 이어 내년초 일곡점을추가 개설한다. 주월동에도 백화점을 연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다점포화는 과연 지역백화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해결책이 될 것인가. "답은 고객과 시간이 내려주겠지만 현상황에서는 다점포화 외에 뾰족한 대항무기가 없다"고 송원백화점 정규섭 기획부장은 말한다. 신세계와의 오픈게임에서 완패한 광주지역 토착백화점들이 내년부터 시작되는 롯데 E마트 까르푸 등과의 본게임을 어떻게 치를지 주목된다. [광주=최수용 류성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