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오픈 골프대회] 레너드 브리티시오픈 우승

[ 스코틀랜드 로열트룬GC = 김흥구 전문기자 ] 패자의 입장에서 골프는 너무 허무하다. 승자의 입장에서 골프는 "심장이 뛰는" 스릴이 있다. 마지막 3홀을 남기고 동타, 그리고 두 홀을 남기고 역전. 그것은 골프만이 갖는 "승자와 패자의 극명한 대비"였다. 이곳시간 20일 로열트룬GC (파71)에서 끝난 제126회 브리티시오픈은 72년만에 되풀이 된 대 역전드라머. 지금까지 브리티시오픈에서의 역전극은 1925년 짐 반스의 5타차 역전이 "우승자의 최다 타수 역전"이었는데 그 기록이 이번에 재현 된 것. 저스틴 레너드(27.미국)의 "드라머틱한" 우승 의미를 정리해 본다. 이제 세계골프는 "눈에 보이게" 세대교체의 소용돌이에 들어섰다. 이번대회까지 금년도 3개 메이저대회 우승자는 모두 20대. 매스터즈의 타이거 우즈가 21세이고 US오픈의 어니 엘스는 28세, 그리고 이번 레너드는 27세이다. 이는 "컴퓨터 세대"의 골프석권이 시작되고 있음을 뜻한다. 어렸을때 부터 컴퓨터로 스윙을 분석해 온 이들 젊은 골퍼들은 "감의 골프"를 치던 기존 베테랑들을 모두 물리치며 세계 정상에 자리 잡고 있다. 노먼, 팔도, 레이먼, 프라이스 등 90년대 초반 세계 골프를 풍미하던 40대 골퍼들은 이제 변변히 우승경쟁도 펼치지 못하며 사라지는 느낌이다. 금년도 메이저 3개대회는 "완벽한 젊음의 승리"였다. "20대의 석권"은 "좋은 스윙의 승리"로 연결된다. 우즈는 두말할 것도 없고 엘스의 스윙역시 모두가 탐내던 스윙이었다. 레너드의 스윙 역시 나름대로의 "높은 효율성"을 과시한다. 나중에 분석할 기회가 있겠지만 "낮게 깔려 가는" 그의 백스윙은 샷의 오차를 최소화 시키는 효율성이 있다. 과학적 분석으로 다듬어 온 "현재의 20대 스윙"이 이제 꽃을 피우고 있는 것. 레너드의 우승은 미국 골프의 막강한 잠재력을 의미하고 예스퍼 파니빅(32)의 역전패는 스웨덴 골프의 경험 부족을 의미한다. 레너드는 "미국엔 우즈만 있는 것이 아니다"를 입증했다. 타이거 우즈의 3년연속 우승 이전인 92년도 US아마선수권을 제패했던 레너드는 우즈와 함께 "미국 아마 최강자는 역시 세계 최강자"를 증명했다. 반면 골프를 국가적으로 장려하고 있는 스웨덴은 이번 파니빅의 역전패로 "적어도 남자골프에서는 아직 때가 안됐음"을 실감해야 했다. 여자쪽은 소렌스탐의 존재 등으로 정상을 밟고 있지만 남자쪽의 벽은 너무도 두터웠다. 파니빅은 3라운드까지 후반 9홀에서 5언더파를 쳤지만 최종일 3오버파 38타로 무너졌다. 반면 레너드는 3라운드까지 1오버파를 치다가 4라운드에 1언더파를 쳤다. 악명 높은 트룬의 백나인은 역시 "마지막 점령자, 결정적 순간의 점령자"에게 우승을 선사한 것. 우승자는 결국 대회전 예측대로 최종일의 백나인 퍼레이드에서 결정된 셈이다. 영국은 팔도와 우즈넘의 계승자가 오리무중이다. 다렌 클라크(29)가 이번에 선전했으나 흐름상으로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시아권은 아직 힘겨운 모습이다. 이번에 출전한 7명의 일본선수중 마루야마 시게키만이 아시아권에서 유일하게 3라운드에 진출했을뿐 모두 추풍낙엽이었다. 가네코 요시노리도 첫날 13오버파를 친 후 등부상을 이유로 2라운드에 기권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