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루머 난무..'신용공황' 우려까지..부도공포감 확산 파장

증시가 부도공포감에 온몸을 떨고 있다. 기아파문에 이어 22일 모그룹의 자금악화설이 튀어나오자 "살아남을 기업이 어디냐"는 탄식마저 흘러나왔다. 한국주식에 투자했던 외국인이 흔들림을 보이자 이들의 자금회수, 그에따른 국가신용도 추락으로 확산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증시전문가들도 증시의 이같은 위기감에 대해 "주가폭락에 대한 단순한 공포감의 차원을 넘어선 것"이라며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안정시킬 특단의 정부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흔들리는 증시 =객장마다 "무조건 주식을 팔자"는 투매사태가 빚어졌다. 흉흉한 소문도 잇따랐다. 700선 지지도 장담할 수 없다는 비관론으로 번졌다. 송태승 동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자금사정이 위태로운 기업이 기아에 이어 줄을 서 있다는 소문이 돌자 하루 이틀에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본 투자자들이 무조건 팔자주문을 내고 있다"며 "위기가 반전되기를 기다려 사자에 나서는 공격적인 투자자가 없는 것은 아니나 팔자봇물에 떠내려가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자금여력이 없는 기관들도 강건너 불구경하듯 속수 무책이었다. 증권사 국제영업부 직원들도 이날 주가폭락 소식이 로이터 통신을 타고 해외에 타전되자 외국인투자자들이 다음 부도대상과 정부대책을 묻는 전화공세로 하루종일 시달려야 했다. 문제의 심각성 =증시전문가들은 추가 부도사태가 발생할 경우 금융시장 혼란과 국가신용도 추락으로 이어질까봐 조마조마해 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개별기업의 주식을 산다는 개념보다는 한국경제를 산다는 개념이 강하다"며 "6월말 현재 1백89억달러에 이르고 있는 이중 일부가 국가신용도를 의심할 경우 증시는 물론 채권 외환 등 금융시장 전반에 확산될 파문이 적잖을 것"으로 우려했다. 그렇게 될 경우 해외차입금리 인상, 환율 불안으로 겉잡기 어려운 사태로 까지 번질 수 있다는 것. 강창희 대우증권 상무도 "한국경제 회복을 기대하고 한국투자비중을 늘려가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아사태 이후 갈팡질팡하는 기색이 역력해지고 있다"며 "국내금융기관은 부도방지협약에 가입돼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해외금융기관의 채권회수에 가능성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급한 정부대책 =증시관계자들은 악순환의 첫고리가 기업부도 공포감에서 비롯되고 있는 만큼 한결같이 연쇄부도를 막을 수 있는 정부여당의 대책마련과 강력한 의지표명이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증시부양책이나 기관의 매수우위같은 단편적인 처방으로 약효가 먹혀들 타이밍이 지났다는 것. 정종렬 신영투신 사장은 "지금과 같이 고금리의 단기성 부채가 많은 기업 재무구조 아래선 버틸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며 "정부 개입으로 단기선금융을 장기금융으로 대환하는 등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