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일본 열도에 M&A 열풍 .. "순풍에 돛달기"

기업 M&A(인수합병)열풍이 미국 유럽을 거쳐 일본을 강타하고 있다. 일본판 금융빅뱅을 비롯해 경제전반에 규제완화 물결이 확산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지난 25일 일본최대 의약품 유통업체인 스즈켄사와 홋카이도 대형 의약품 유통업체인 아키야마아이세이칸이 내년 4월1일자로 합병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경영환경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데 따른 생존전략의 일환이다. 현재 스미모토와 다이와은행도 합병계획을 발표해 놓고 있다. 이에앞서 지난 15일 스위스은행(SBC)이 일본장기신용은행과 합작회사를 설립키로 해 잔잔한 파장을 몰고 왔다. 외국회사와의 M&A에 인색하기로 악명높은 일본업계에서 그 자체가 뉴스거리였던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영국 바클레이즈은행과 홋카이도 다쿠쇼크은행, 일본채권신용은행과 미국의 뱅크스트러스은행이 포괄적 업무제휴를 맺었지만 이처럼 양사가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는 이례적이다. 일본에서 이처럼 M&A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M&A의 사각지대로 내몰았던 구조적인 요인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 우선 규제완화를 들수 있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동종업종의 기업이 합병할 경우 통합기업의 시장점유율이 25%를 넘어면 합병을 불허했던 규제을 폐지했다. 또 출자비율이 50%를 초과하는 자회사의 합병에 대해선 사전신고 의무를 없앴다. 일본기업 특유의 주식상호보유가 무너지고 있는 것도 M&A 재료가 된다. 버블붕괴후 기업들은 경영실적이 악화됨에 따라 거래은행 등 보유주식을 속속 처분하고 있다. 상장주식 가운데 상호보유지분의 비율은 지난 88년 37.2%에서 현재 20%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상호출자 비중이 약해지는 것은 M&A 과녁으로부터 가려줬던 보호막이 걷히게 됐음을 의미한다. 임원들이 주주이익보다 종업원이익을 더 중시하는 풍조도 변하고 있다. 지난 5월 세가와 반다이의 합병계획이 무산된 것도 따지고 보면 합병으로 인한 구조조정으로 해고될 것을 두려워한 반다이 종업원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경쟁력향상이나 주주이익등에 관심없는 경영진이 굳이 종업원들의 반대를무릅쓰고 M&A에 나선다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현실임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그러나 이런 보수적인 경영패턴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JP모건 도쿄지점장인 도미오카씨는 "연고서열형 임금, 종신고용제 등 전통적인 일본식 경영이 사라지고 개방화물결과 함께 정부의 각종 규제가 풀리면서 호송선단식 기업경영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일본의 국제전화회사인 일본텔레콤은 동종업체인 ITJ사를 인수합병한다고 밝혔다. 국내전화업계 거물 NTT의 국제전화사업 진출을 앞둔 방어조치였다. 옛날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결단이었다. 기업의 자사주 보유비율이 확대(3-10%)되고 스톡옵션제 확대 등도 M&A촉진제다. 자사주보유나 스톡옵션은 임직원들이 자기회사 주가에 더욱더 관심을 가지도록 할 것임에 틀림없다. 이는 결국 경쟁력없는 기업을 내다 팔려고 하고 M&A는 활성화되기 마련이다. 내년부터 허용되는 지주회사(Holding company)는 기업분할과 이에따른 기업간 합종연횡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근착 이코노미스트지는 M&A에 인색한 일본기업이 과감성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매수(takeover)는 아직 일본 업계에서 통용되는 말이 아니지만곧 유행어가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