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일자) 이동통신 요금파괴가 능사아니다

개인휴대통신(PCS) 3사가 오늘부터 예약가입자 모집 및 시험서비스에 나섬으로써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이동통신경쟁시대의 막이 올랐다. 지금까지 셀룰러폰과 시티폰 분야에서 이미 경쟁체제가 도입돼 있긴 하지만 차세대 이동통신의 총아로 불리는 PCS서비스가 시작되면 이동전화서비스간 또는 업체간에 그야말로 사활을 건싸움이 불가피하게 된다. PCS서비스의 개시는 우선 치열한 요금인하경쟁을 유발해 이용자들을 즐겁게 한다. PCS 3사가 오는 10월로 예정된 상용서비스를 앞두고 확정한 요금체계는 기존의 이동전화에 비해 반값정도로 싸다. 이에 질세라 기존 셀룰러폰업체들도 PCS 3사에 대항해 이달초 기본료와 통화료를 인하할 계획이라고 한다. 과거 3년간 누적 순이익이 5천억원을 넘어서고 있는 SK텔레콤이 일단 반격을 시작하면 요금인하경쟁은 요금파괴대란으로 확대될지도 모른다. 더구나 이번 임시국회에서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돼 시장지배업자도 다른 사업자와 개정돼 시장지배업자도 다른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신고만으로 요금을 조정할 수 있게 돼 이같은 우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하겠다. 이같은 요금인하경쟁은 거의 폭리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아온 기존 이동전화 회사들의 과점요금체제를 허물어 이동전화의 대중화를 앞당기는 한편 이동통신의 대외개방에 대비한 요금경쟁력을 키운다는 점에서 일단 바람직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저렴한 요금이 고객을 유인하는 중요한 수단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뭐니뭐니해도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한 양질의 서비스만큼 확실한 경쟁수단은 없다. 우리가 PCS사업의 출범을 반기면서도 한편으론 우려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존 이동통신서비스를 보면 시티폰의 경우 사업경력이 일천해 그렇다치더라도 서비스 개시 4년이 넘은 이동전화가 아직도 음질이 불량하고 자주 통화가 끊겨 송수신자 모두를 짜증나게 하고 있다. 통신대국을 자처하는 우리로서는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셀룰러폰보다 기술적으로 한발 나아간 차세대 이동통신인 PCS서비스에서까지 이런 일이 되풀이돼선 안된다. 우리가 중복투자의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통신분야에 경쟁체제를 도입한 것도 궁극적으로는 기술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다. 기술력이 높아지면 요금은 자연히 내려가게 된다는 것은 통신선진국을 보면 알 수 있다. PCS만큼은 요금보다 "질"로 승부하는 차별화 전략을 채택하길 권한다. 무리한 가격파괴로 소비자의 비위를 맞추는데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그 관심의 반만이라도 기술경쟁에 쏟아야 한다. 사업자든 소비자든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요금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