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일자) 다시 늘어나는 무역수지 적자
입력
수정
국제수지적자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의 무역수지가 2년6개월만에 4천4백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해 국제수지가 개선되기 시작했다는 기대를 모았으나 상반기 실적을 의식한 밀어내기 수출여파 및 여름휴가 탓으로 7월에는 다시 8억6백만달러의 적자로 돌아섰다. 수출이 1백18억4천8백만달러로 작년 7월에 비해 19.7%나 늘어난데 비해 수입은 1백26억5천4백만달러에 그쳐 0.6%가 줄었는데도 무역수지가 적자로 반전된 것을 보면 기아사태 및 동남아의 통화위기 영향으로 수출부진이 염려되는 하반기에는 국제수지적자가 더욱 확대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따라서 우리는 기아 한보 등 대형 부실기업들을 서둘러 정리하고 구조조정 노력을 배가하는 한편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 해내야 하겠다. 국제수지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국내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때만 가능하며, 국내산업의 경쟁력강화는 이해 당사자들의 양보와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기아와 한보의 원만한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 최근의 수출호조는 우리경제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등의 수출증가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주력제품을 생산하는 기아나 한보같은 기업들이 부도를 냈거나 부도 일보직전에 있어 서둘러 수습하지 않으면 당장 하반기 수출부터 크게 위축되기 쉽다. 이같은 사정은 하반기의 자동차 수출전망치 65억달러중 기아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23억달러로 35.2%나 되는 점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다음으로 주력산업의 구조조정을 서둘러 수출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우리경제의 주력산업이 품질개선이나 생산성향상은 외면한채 규모의 경제에만 집착한 나머지 거의 예외없이 과잉설비를 안고 있다는 점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들 산업은 거대한 장치산업으로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며 경기변동에 민감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해당산업 전체가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수 합병을 활성화하고 부품공용화 공동연구개발 물류시설의 공동이용 등을 통해 원가절감을 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기업들은 수출시장점유율이 선진국시장에서 밀려나고 동남아 등지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현실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 이미 여러차례 지적했지만 최근의 동남아 외환위기는 성장성은 좋지만 안정성이 약한 후진국시장의 특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불행중 다행으로 태국을 빼고는 대부분의 동남아국가들에서 외환위기가 진정되고 있으며 엔화환율 원유가 등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비록 반도체값이 많이 떨어졌지만 우리기업들은 생산품목대체, 원가절감 등을 통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따라서 부실기업정리 등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한편 노사협력을 바탕으로 임금동결 인원감축 기술개발 설비개체 등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