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파문] 필요따라 "적과 동침" .. 해외 공동경영 사례

현대 대우 기아등 자동차 3사가 기아자동차를 공동경영키로 한 것은 물론 기아가 다른 기업에 인수.합병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여기에는 특수강과 같은 자동차 산업의 핵심 부품을 공동 생산해 상호 이익을 충족시키자는 전략적 제휴의 속셈도 깔려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같은 업계간 전략적 제휴의 과거사례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미국 일본 유럽등 선진 각국의 자동차 업계간에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전략적 제휴를 모델 케이스로 살펴본다. 누미(NUMMI)프로젝트 =미국과 일본의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GM과 도요타는 지난 84년 미국 테네시주에 NUMMI(New United Motor Manufacturing)라는 동등지분의 합작회사를 세웠다. 세계 자동차업계를 주름잡는 양사가 합작사를 설립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세계시장에서 일본차의 급부상으로 존망의 기로에까지 몰린 GM에 누미는 일본식 경영기법을 배우는 훌륭한 교육장이 됐다. 도요타의 소형차 기술을 전수받는 것은 물론 종신고용제와 사원복지를 근간으로 일본의 종업원 제일주의를 받아들이면서 노사간 안정도 되찾을 수있었다. 또 재고부담을 덜면서 신속히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도요타의 린방식(JIT)도 좋은 참고서가 됐다. 도요타에 누미는 북미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해주었다. 미국 토양에 일본식 생산시스템을 이식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환경규제나 부품조달 시스템에 대처하는 방법도 터득했다. 이렇게 해서 10년이상 "누이좋고 매부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누미는 현재 GM의 "시보레 지오 프리즘", 도요타의 "코롤라"등 소형차와 도요타의 지프형"하이럭스" 등을 연간 25만대 생산하고 부품 수출액도 4억달러를 넘어서는등 미.일간 전략적 제휴의 교과서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빅3의 슈퍼카 프로젝트 =93년10월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업계의 빅3는 백악관의 주도로 컨소시엄을 구성, 미래 자동차 개발을위한 "슈퍼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미 연방정부의 10억달러 출자를 바탕으로 자동차 업계가 공동 개발 전선에나선 것은 미국과 같이 자유시장 경제원리가 투철한 사회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 행정부와 자동차 업계가 이같이 고육지책을 짜낸 것은 슈퍼카라고 불리는 초고연비 자동차의 개발을 한회사가 담당하기에는 너무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이 프로젝트에는 전기자동차 첨단 배터리 전자제어장치 고성능 병렬컴퓨터 시스템등 미래형 첨단기술이 망라돼 있어 향후 성공여부에 따라 세계 자동차 업계의 기술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부품 공용화 =계열관계를 초월해 부품 공용화를 가장 활발하게 추진하고있는 곳은 일본 자동차 업계다. 80년대 후반부터 국내외 경기가 동시 침체하고 신엔고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일본에서는 생산 코스트를 줄이기 위해 부품공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마쓰다는 닛산.스즈키와 부품 공용체제를 구축했고 혼다와 이스즈도 부품 개발을 위해 손을 잡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