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제언] '입법고문제' 정착위해 최선을 다해야 .. 전기성

전기성 최근 서울시의회는 자치법규 제정에 필요한 자문을 받는 것을 제도화하는 입법.법률고문조례를 의원발의로 통과시켰다. 이 제도는 종래 변호사 32명을 법률고문으로 위촉시켜 쟁송사건과 법규해석을 의뢰해온 것을 입법 전문지식을 갖춘 15명의 입법고문을 따로 위촉하여 관련 법률의 입법취지와 법내용을 분석하여 합리적이고 시행 가능한 조례 등을 제정하자는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의 조례 규칙만으로는 급속히 팽창하는 행정수요를 감당하는데 턱없이 부족하고,내용면에서도 상위법에 저촉되거나 합리성결여로 해석과 집행에 문제가 있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면 도시재개발법이 건교부의 정책변경으로 재개발구역내 세입자 임대주택공급을 위한 법률규정을 삭제했는데도 뒤이어 제정된 시조례는 그대로 수용하여 연간 2천억원이상의 예산을 집행중에 있다. 또 전국 6백여 재래시장의 재개발사업을 지원하겠다며 제정한 법률은 실제로는 내용미비로 시행이 불가능한데도 조례는 그대로 정해 혼란을 빚고 있다. 이런 예는 도시계획법에 따른 상세계획 수립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서울시나 자치단체 입법행정의 한계성을 말해주고 있는 사례라 하겠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자치입법과 행정이 가능해야 하며, 자치행정에 맞지 않거나 피해를 주는 입법은 뿌리없는 나무와 같이 생명력이 없는 장치일 뿐이다. 생소한 입법고문제 도입에 대해 서울대법대 어느 교수는 "중앙정부도 시도해 보지 못한 참신한 창의력발휘의 백미"라고 격찬하며 이 제도는 서울시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기관,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도입하여 합리적인 입법장치로 활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행정기관은 법규제정전에 5개 정도의 전문기관에 평가용역을 의뢰하고 평가결과를 기초로 제정하는 것이 행정관례라고 한다. 전문지식을 갖춘 자격자를 특별히 훈련시킨후 입법공무원으로 근무시키기 때문에 법제정후 나타날 위법 불합리시비를 사전에 예방할수 있다고 한다. 훌륭한 법규는 훌륭한 행정의 근원이며,행정력과 예산을 절약하고 시민의 권리보호와 행정발전의 요소가 된다. 최근의 입법상황을 두고 입법문화의 상실이니 행정의 위기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입법학의 관점에서 볼 때 법규상호간 상하법규가 저촉돼 시행할수 없거나,계획법은 있으나 시행법규가 없어 계획만 세운후 시행을 못하고, 시대에 뒤진 낡은 법은 많으나 급속히 발전하는 국가변화에 적용할 새로운 법규는 턱없이 부족하여 국정이나 자치행정에 지장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각 기관마다 법제심의 기구가 있고, 입법예고 공청회 절차가 있는데 왜 문제법규가 제정되거나 정비되지 않고 있는가. 그것은 이런 절차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바로 이런 분위기를 타파하는 것이 입법고문제 도입의 명분이 될 것이다. 입법고문제 도입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보는 것은 속단이며 위험한 발상일수 있다. 어떤 사람을 고문으로 선정하는 것도 쉽지 않으려니와 선정된 고문이 업무내용과 관련법의 입법취지를 충분히 알지 못할 때 혼란과 옥상옥의 기구가 될수도 있다. 또 고문의 예우를 설계용역을 받는 건축사나 사건수임을 받는 변호사의 업무와 비교하는 것도 문제될 것이다. 결국 이 제도의 성패는 서울시가 어떻게 운영하고 이끌어가느냐에 달려있다. 서울이 행정의 실험장이고 지방자치의 선구자적 위치임을 감안하여 적극적으로 운영한다면 낙후된 국회 정부의 입법기능도 활성화시키고 나아가 입법문화 쇄신에도 기여할 것이다. 행정기관이 공사전에 반드시 설계를 의뢰하는데 이는 법정절차이다. 마찬가지로 입법용역도 상위법의 저촉여부와 시행가능성을 검증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잘못된 교량설계는 교량 하나만 붕괴시키지만,잘못된 법규 제도는 사회전체를 붕괴시킬수 있다. 입법예고 공청회제도를 개선하여 필요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로 개선한다. 예산을 핑계로 제목과 취지만을 관보나 일부신문에 마지못해 게재하고 전문연구기관이나 해당기관에서도 법안전문을 볼수 없으니 의견수렴은 형식적일수 밖에 없다. 법안내용을 적극적으로 공지시키고 의견제출자에 대해 지적산업차원에서 예우한다면 훌륭한 의견이 제출될 것이다. 공청회 역시 지정된 발표자 토론자에 의해 주로 입법정책만을 얘기할뿐, 거시적으로 법의 시행가능성을 면밀히 토론하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넘어가는데, 이러한 형식적인 공청회보다는 전문가와 이해관계인을 상대로 한 세미나가 더 효과적일 것이다. 모처럼 도입한 입법고문제를 어떻게 정착시킬지 그것은 전적으로 서울시의 역량이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