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파일] ('PAPER' 편집진을 찾아서) "우리는 테러 사령부"

"아름다운 문화를 꿈꾸는 집단" 스트리트 페이퍼 가운데 하나인 "페이퍼(PAPER)"의 편집진이 자신들을 스스로 부르는 말이다. 기자 편집위원 광고직원을 포함 고작 10명뿐인 단촐한 식구. 그중에서도 매일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사람은 6명에 불과한 조그만 사회. 이들이 "재미나는 세상, 인간미 넘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섰다. 페이퍼는 지난 95년 11월 창간된 스트리트 페이퍼. 잡지사기자 아트디렉터등 각자 자유롭고 따뜻한 삶을 갈구했지만 이 꿈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료잡지란 한계 때문에 판매부수를 늘리려고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것,호기심을 자극할수 있는 기사에만 매달리다 보니 "내가 왜 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정말 좋은 잡지를 마음껏 만들어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한솥밥을 먹기시작했다. 그래서인지 "페이퍼"는 감각적인 시각효과에 의존하고 단순한 읽을거리를 제공하는데 그치는 대부분의 스트리트 페이퍼와는 사뭇 다르다. 매월 커버스토리의 주제도 "세상의 모든 향기" "별" "눈물" "훔치기"등 독특하다. 인터뷰기사도 12시간이상 밀착취재끝에 나온다. 독자들이 그 인물과 직접 대화를 나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리얼하다. 한 일간지에 "광수생각"이란 만화를 기고하는 박광수씨도 페이퍼에 만화를그리면서 유명해졌다. "페이퍼만"의 독창적인 표현법도 알만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끈다. "페이퍼의 편견으로 선정한 OO"가 그것. 예를 들어 영화를 소개하면서 "페이퍼의 편견으로 선정한 영화"란 말을 쓴다. 세상 누가 뭐래도 자신들의 주관을 바꾸지 않겠다는, 이것은 우리의 편견으로 바라본 것이니 알아서 이해하라는 식의 솔직한 표현법이다. 독자들의 호응도 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좋은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느낌" "페이퍼가 있어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는글들을 대할 때면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중학생 독자가 글을 보내오는가 하면 40대 교사도 편지를 전해온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을 정도로 좋은 글이란 말도 빼놓치 않는다. 이런 독자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비정기적으로 음악공연을 기획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산울림과 김목경 김장훈씨의 공연을 포함 모두 5차례의 이벤트를열었다. 그래서일까. "잡지 하나에만 머무를 사람들이 아니다"란 생각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앞으로 여력만 있다면 영상사업이나 뮤직비디오사업으로 꿈을 확대해볼 생각"이라고 김원 편집인은 말한다. 편집장 황영신씨는 요즘 같으면 일할 맛 난다고 전한다. 다른 언론매체 기자들이 혹시 일자리 없느냐며 은근히 부러워하기 때문이다. 이제 8월호가 나올 시기다. 서울 강북에 사는 사람은 명동의 타워레코드나 종로의 코아아트홀, 강남지역은 웬만한 카페를 뒤져보자. 나온지 2-3일이면 동이 나니까 먼저 달려가 보자. 잠깐 이번호의 커버스토리는 "꿈(몽)"이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