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면톱] "통곡의 수요일"..'KAL기 참사' 유가족/공항표정

전국이 비통함과 경악에 휩싸인 하루였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부푼 해외여행길에 올랐다가 함께 눈을 감은 어린이들. 노부모를 모시고 효도관광을 떠났다가 3대가 모두 참변을 당한 가족. 아버지를 잃고 슬픔에 잠긴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났다가 어머니와 같이 참사를 당한 자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신부들. 6일 새벽을 찢어놓은 참사는 수많은 단란한 가정을 한꺼번에 파괴해버리고 말았다. .서울 양천구 목3동에 사는 이경한씨(32)는 부모 이성철(68) 송병원(62)씨를 비롯해 처 박소현씨(28)와 외동딸 주희양(3)은 물론 누나 혜경씨(35)와 조카 두명과 함께 괌여행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해 주변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씨는 해외여행을 한번도 못해보신 부모님에게 비행기를 태워드리겠다며 자신의 가족은 물론 누나와 조카들까지 데리고 비행기를 탔었다. 한달전 부친상을 치른 변여미(28 삼성출판사직원)씨와 선미(20 중앙대재학)씨는 남편을 잃은 슬픔에 잠겨있는 어머니 조도자씨를 위로하기 위해 함께 괌여행길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기도 곡선 초등학교 교사인 현영숙씨는 딸의 고등학교 입학을 축하하기 위해 지난 1년간 월급에서 조금씩 떼내 모은 돈으로 이번에 딸과 함께 괌행 비행기를 탔다가 모녀가 함께 참변을 당했다. .새벽부터 가족이 살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서울 등촌동 대한항공 교육센터에 몰려든 탑승자 가족들은 대한항공과 외무부의 생존자 명단이 오후까지도 틀리게 발표되자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가족의 생사여부를 두고 발을 동동구르고 있는 상황에서 한쪽에서는 살았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사망했다고 하자 "생사조차도 제대로 확인해주지 못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오후 2시30분께 대한항공이 발표했던 것보다 절반이나 적은 외무부의 30여명 생존설이 사실로 확인되자 대한항공의 발표를 믿었던 탑승객 가족들은 주저앉아 통곡했다. .부인을 동반해 지구당 관계자들과 함께 괌으로 가다가 변을 당한 신기하의원의 큰아들 영록씨(25.고대 법대4)는 "광주에 있는 외가에 왔다가 서울에서 동생 상록(23.연세대 행정4)이로부터 사고 소식을 들었다"며 "부모님이 탄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말을 아직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비행기에는 9명이 예약을 했다가 탑승하지 않아 구사일생으로화를 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비행기 다음에 떠난 괌행 비행기는 정상적으로 운행됐다. 그러나 사고소식이 알려지면서 서울시내 여행사에는 괌여행 취소와 여행지 변경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여행사의 경우 40여명이 예약을 취소했고 씨에 프랑스에도 괌으로 떠나기로 했던 여행객들이 사이판으로 여행지를 변경했다. .탑승자 가족들은 현지에서 가족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특별기를 마련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 6일 오후 8시 이들을 태운 특별기가 괌으로 떠났다. 또 보건복지부는 현지 생존자들이 심한 화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지자 국립의료원 의료진 8명을 현지로 파견했다. 또 인하대 부속병원의 의료진도 6일 밤 사고현장으로 떠났다. .한국통신은 KAL기 사고로 괌지역과의 국제전화가 급증함에 따라 국제회선을 40회선에서 60회선으로 증설했으며 서울과 부산지역에 각각 30명과10명의 국제전화문의전담 요원을 배치. 데이콤은 괌과의 국제전화용 30회선을 운용중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