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참사] 타다만 기체 악취 '생지옥' .. 참사현장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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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괌=김준현 기자 ] 엿가락처럼 구겨진 사고기의 잔해와 퀘퀘한 남새, 그리고 사라질듯하면서도 계속 나오는 연무, 상공을 선회하는 헬리콥터소리.. 대한항공 801편 보잉 747비행기가 추락한괌 니미츠산 근처의 사고현장은 흡사 전장을 방불케 했다. 총 2백25명의 승객들을 비명에 숨지게 한 이곳 니미츠산 밀림의 사고현장은남국의 정취보단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사고수습에 나서고 있는 미군 당국이 구조작업을 사실상 포기하고시신수습에 나선 오후 들어선 서울에서 도착한 유족들의 오열 소리가 통곡으로 바뀌며 톤이 높아져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구조대가 부서진동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한구 한구 시신을 수습해 나올때마다 이를 확인하려는 유족들의 몸부림은 이내 오열로 바뀌었고 다시 밤이 찾아오면서 허탈감에 빠지는 모습이 역력했다. 사고현장은 아가냐 국제공항에서 남쪽으로 4.8km 떨어진 밀림지대로사고기의 잔해가 일대에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었다. 사고 비행기는 크게 3동강이 난채 꼬리 부분을 빼고는 모두 전소된 상태였다. 구조작업은 크고 작은 바위가 곳곳에 삐죽삐죽 솟아 있는데다 키높이를 넘는 열대수풀이 빽빽이 들어차 있는 현장 상태 때문에 크게 더뎌지고 있다. 이에따라 "추락잔해가 불타고 있는 현장에서 불과 60m 떨어진 곳에 잘 닦여진 군용도로가 지나고 있음에도 불구, 현장에서 약 1.6km 떨어진 병원으로 첫 생존자를 운반하는데 무려 4시간이나 걸렸을 정도"(미 해병대 구조대원)였다. 칠흙같은 어둠과 쏟아지는 장대비도 구조작업의 걸림돌. 시신들은 이날 오후 평지로 옮겨져 노란색 비닐천으로 덮여졌다. 시신은 4구씩 한꺼번에 들것에 실려 2줄로 나란히 놓인채 메모리얼병원으로다시 옮겨졌다. 그곳에서 냉동 트레일러에 차곡차곡 쌓여 고국으로 향할 것이다. 칼 구티에레즈 괌지사는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 생존자 구조작업과 사망자 수색작업이 완료될때까지 추모기간으로 선포, 반기를 게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