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경제연구소 보고서] '개발도상국 외자유입 실태/전망'

90년대 들어 대부분의 개도국들은 값싼 외국자본 등을 활용해 급속한 경제성장을 구가해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동남아 국가들의 외환위기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외자유입에 따른 부작용 또한 적지않다. 환차익이나 금리차를 노리는 투기성 외국자본의 경우 심각한 경제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우경제연구소는 "개발도상국의 외자유입 실태와 전망"을 통해 외국자본이 경제발전에 미치는 효과와 향후전망을 분석했다. 보고서 내용을 요약한다. ======================================================================= 90년대 이래 개도국으로의 자본유입 특징인 "민간자본 유입확대, 공적자본 이전 정체"현상이 지난해에도 지속되었다. 지난해 개도국으로의 민간자본 유입액은 95년에 비해 32% 증가한 2천4백여억달러로 증가세가 더욱 확대되었다. 반면 공적자금 이전은 무상원조, 장기저리의 쌍무간 차관의 축소 등으로 95년에 비해 23% 감소한 4백8억달러를 기록했다. 민간자본 유입실적은 채권 주식 등 포트폴리오 투자, 상업은행 대출 및 외국인직접투자 등 모든 영역에서 높은 신장세를 보였다. 포트폴리오투자는 개도국의 채권발행, 주식시장에의 투자확대 등에 힘입어 95년에 비해 51% 증가한 9백18억달러에 달했다. 상업은행 대출은 사회간접자본의 건설재원으로 이용되는 프로젝트 파이낸스를 중심으로 95년에 비해 29% 늘어난 3백42억달러를 기록했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개도국 정부가 외국인 직접투자 허가 등에 관한 투명성 강화, 최혜국대우 적용 등의 개혁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95년에 비해 15% 증가한 1천95억달러를 나타냈다. 지역별로는 모든 개도국 지역에서 외자유입이 증대한 가운데 국가간의 성장성과 신뢰성의 차이에 따라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중하위 소득국가나 저소득 국가의 경우 국내저축 부족분을 보전하기 위해 해외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나 공적자본 이전이 감소되고 있고 채권 및 주식시장의 기반이 미흡함에 따라 국제자본시장의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90년대 이후 민간자본을 중심으로 개도국으로의 자본유입이 급증한 요인으로 먼저 미국의 낮은 금리수준을 들 수 있다. 90년대초 미국을 비롯한 국제금리의 하락과 선진국의 경기침체로 개도국에 대한 투자가 증가했다. 둘째 금융완화정책과 미국을 위시한 금융체계의 건전성 회복으로 선진국들의 유동성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셋째 글로벌화의 심화다. 무역장벽의 해소와 정보통신의 발전은 국제화를 촉진시켰고 엔화 및 마르크화의 강세는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임금수준이 낮은 지역으로 이전하게 함으로써 해외직접투자의 증가를 초래했다. 넷째 투자가들의 개도국에 대한 신뢰도가 제고되어 개도국 채권투자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줄어든 점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94년 9월이후 16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고 그동안 신용등급을 받지 못했던 11개국에 대해서도 새로운 신용등급을 부여했다. 대부분 개도국들은 외채와 경상수지 적자 축소 등 경제여건 개선 노력을 지속, 대외신뢰도를 제고해왔기 때문이다. 다섯째 금융부문의 규제완화는 자본시장을 확대.심화시키고 여러 국가에서의 자본자유화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시장접근을 용이하게 했다. 여섯째 투자가들이 포트폴리오를 개도국으로 분산한 것도 한 몫했다. 개도국의 시장이나 국가위험도가 높아지더라도 투자 수익이 높고 보유채권을 처분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만큼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투자가들의 인식에 따른 것이다. 개도국으로의 외국자본유입은 경제변수와 정부정책에 큰 영향을 주며 이러한 영향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함께 갖고 있다. 대규모 자본유입은 부족한 국내저축분을 보전하고 특히 민간주도의 자본유입은 유입된 외자를 생산적인 용도로 이용할 수 있다. 더군다나 신디케이트 은행차입의 증가는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한 자금확보를 공공부문에서 민간부문으로 대체가 가능하게 한다. 또한 개도국 주식시장으로의 자본유입은 자본시장을 심화시키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한다. 외국인 직접투자의 증가도 경영 노하우와 기술이전, 국제금융시장으로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등의 긍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이러한 자본유입의 긍정적 효과는 건전한 거시경제정책 등 안정적인 투자환경을 제공한 국가에서 높게 나타난다. 외국인 직접투자의 경우 적극적인 투자유인책을 제공한 베트남 말레이시아 중국 헝가리 등은 외자유치에 성공했다. 반면 유리한 투자환경을 제공하지 못한 한국 남아공 터키 러시아 등은 외국인 직접투자를 끌어들이는데 실패했다. 신티케이트론 신규채권 발행 등도 마찬가지였다. 한편 대규모 외국자본유입은 급격한 경상수지 적자 확대와 외환보유고 증가를 유발하는 등의 부작용도 야기시킨다. 특히 지난해 대규모 자본유입으로 베트남 체코 태국 등에서는 경상수지 적자가 크게 증가하기도 했다. 이들 국가들은 올들어 외자유입이 감소하면서 통화위기 등의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규모 자본유입은 개도국의 건전한 통화정책 운용을 어렵게 한다. 이러한 부작용은 경기가 과열상태에 있을 때 심하게 나타난다. 이는 경기과열로 금리가 상승할 경우 외자유입을 촉진시켜 자국의 통화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90년대들어 비교적 높은 성장세가 유지된 아르헨티나 필리핀 콜롬비아 이집트 브라질 태국 등은 자국의 통화가치가 10%이상 고평가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외채증가와 과잉투자 등의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는 대부분의 개도국에 있어 GDP(국내총생산)대비 외채비율은 낮아지고 있고 외채문제가 악화된 나라에서도 이 비율은 아직까지 낮은 수준에 있다. 반면 개도국으로 유입된 자본은 부동산 등 자산투자에 집중되어 거품경제를 야기시키는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로 볼때 지난해까지 민간자본을 중심으로 개도국으로의 자본유입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94년 멕시코와 최근 동남아 사태에서 보듯이 유입된 외자가 비생산적인 부문에 투입되고 통화가치가 고평가되면 통화위기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또한 파키스탄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 단기외채가 많고 외환보유고가 적은 국가는 정치적 안정과 경제정책의 제기능을 확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국제금리도 지금까지의 하향 안정세가 유지될 지는 의문이다. 미국 금리를 중심으로 국제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80년대 외채위기시에 경험한 것처럼 비록 경제여건이 건전한 경우 급격한 자본이탈 등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으나 주변국의 채무불이행에따른 피해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개도국으로의 자본유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현안들이 시급히 해결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급격한 외자이탈을 방지하고 민간자본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건전한 거시경제정책 등을 통해 경제적 기본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입된 자본이 자산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이어져 거품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유입된 자본이 사회간접자본 건설 프로젝트 등 생산적인 부문에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금융제도의 건전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한편 총외채중 단기외채의 비중을 줄이고 외환보유고를 높임으로써 외환위기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자국통화 방어능력을 충분히 갖추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급격한 자본 유출입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외국의 선진 경영기법과 위험관리 기업 등을 충분히 습득하고 국제기구와 주변국들과의 연계를 강화해 만일의 외환위기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