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섬우화] (190) 제5부 : 안나푸르나로 가는 길 <3>

만약에 윤사장이 그들의 대화를 도청해서 중요한 대화를 녹음했다면 그녀와 지코치는 꼼짝없이 간통죄로 고발되어 영창에 갈 수도 있다. 미스 리가 오리발을 내밀고 끝까지 자기가 임신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우긴다면 아버지의 복수심 때문에 타격을 입는 것은 자기와 지코치다. 절대로 그렇게 되어서는 곤란하다. 지코치가 너무나 불쌍하다. 그가 변강쇠라고 사모님들이 쿡쿡 웃으면서 뒷말을 하던 것이 사실로 신문에 난다면 그의 구만리같은 미래에 큰 타격이 온다. 영신은 자기 자신 보다도 지코치를 더 생각한다. 그녀는 그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또 하나 젊은 그의 장래에 먹칠을 하는 짓을 해서는 너무나 비인간적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그는 아버지에게 그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 잘 이해시켜 둬야겠다고 궁리에 궁리를 짠다. 무슨 묘수가 없을까? 윤효상과 결혼할 때도 아버지는 첫번째 결혼이 실패했었기 때문에 상당히 심사숙고 했었다. 그러나 그는 가난하지만 교육자집의 장남이었고 학벌도 좋았고 지나치게 아버지의 점수를 땄었다. 그것이 윤효상의 비상한 점이었다. 그러나 변강쇠까지는 원하지 않는 영신에게도 그의 도에 넘치는 조루증은견디기 힘든 선천적인 결함이었다. 몇년전에 남성클리닉에서 치료를 받고 나서 잠깐 호전된 적은 있었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그 좋은 힘을 미스 리에게 썼던 모양이다. 그는 조루증을 호소하면서 미안하다는 말로 그녀와는 부부생활을 별로 하지 않았고 영신도 그의 엄살을 현대의학의 힘으로도 잘 안 되는 치명적인부분으로 짐작하고 무리한 동침을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조루증은 나날이 그녀에게서 그를 멀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에 이르렀다. 서로 있는대로 환멸을 느낀 것일까? 아니면 미스 리의 신선한 육체가 영신에게 방심하는 결과로 치달은 것일까? 아무튼 돈을 몇백만원씩 들여 조루증 치료를 받고 회복된 것 같던 그의 남성적인 파워는 그녀에게는 하나도 좋은 역할을 못 한채 반은 고자 같은 남편으로 오해되기에 이르렀고 영신이 좀 더 엑스터시가 강한 새로운 남자를 열망하는 원인이 되어버렸다. 현대의 부부는 참으로 계산적인 결과로 치닫는 사고를 할 때가 많다. 영신이 괴로운 생각에 골몰하고 있을때 아버지 김치수 회장이 생선초밥을 사들고 병원으로 왔다. "좀 어떠냐? 네가 좋아하는 초밥이다. 같이 먹자꾸나" 그는 딸의 여윈 손을 잡고 사랑이 넘치는 얼굴로 그녀의 침대에 걸터앉는다. 그리고 따스한 손으로 그녀의 이마를 만져본다. "임변호사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너에게 애인이 있다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 이실직고해 줄래?"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