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제왕절개 .. 남소자 <나산부인과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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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분만비 3만4천원, 애완견의 새끼분만비 10만원" 사회제도나 국가의 발전은 모순과 혼돈속에서 합리성을 도출해 냄으로써이뤄진다지만 의료수가는 물가에 발목을 잡혀 몇년동안 꼼짝 못하는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환자가 내는 의료수가를 올리면 물가앙등의 요인이 되고 생활인인 의사는 오른 물가에 영향받지 않는다는, 이 희한한 잣대는 좀처럼 고쳐질줄 모른다. 산고를 외면한 젊은 어머니의 이기심과 의사의 축재욕구가 빚는 결과라고 비난받는 제왕절개술이 급증, 최근 10년동안 의료보험공단이 병.의원에 지불한 돈이 3백80%나 늘었다고 한다. 이 정보에 접한 일반국민들은 돈벌기에 급급한 의사들이 정상분만이 가능한 여성에게까지 제왕절개술을 하라고 강권하는 것처럼 느낀다. 요즘엔 국민영양이 개선돼 아기는 큰데 산도는 넓어지지 않아 난산 확률이 높다. 특히 아기가 거꾸로 있는 태아위치 이상, 태아가 자궁앞쪽이나 후벽에 위치한 전치태반, 산전출혈, 태반이 너무 일찍 탈출된 태반 조기박리일 때 정상분만을 기다리는 위험부담을 무릅쓸 의사는 없다. 부득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면 돈만 아는 의사라고 흰눈으로 보고,보호자의 판단에 맡겼다가 사고가 나면 의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시누이의 고집때문에 수술하라는 의사의 권유를 듣지 않다가 산모와 아기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원에서 "의학지식이 없는 가족을 설득해 신속한 의료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의사에게 70%의 책임(1억3천여만원 배상)을 지라는 판결을 내렸다. 돈이 없으니 정상분만을 해달라는 보호자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환자를 밤새 지켜야 한다면 그것은 고문이나 같다. 남의 목숨을 담보로 돈만 벌려는 의사는 물론 지탄받아야 하지만 최소한 전문의의 지시를 믿고 따르는 풍토가 조성돼야 이런 모순과 갈등이 없어지지 않을까.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