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섬우화] (194) 제5부 : 안나푸르나로 가는 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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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돌아가고 조금 있다가 윤효상에게서 전화가 왔다. "폭력을 써서 미안해.다시는 안 걸려고 했는데 변호사를 시켜 하는 것 보다 우리가 서로 의논해서 하면 덜 창피당할 것 같아서 전화를 했어" 영신은 그의 논리정연한 전화속의 말씀을 잠자코 경청한다. 녹음이 되도록 스위치를 누르면서 그녀는 긴장한다. "그러니까 미도실크의 당신 주가 지금 35%쯤 된다는 걸 알아. 나더러 그걸 받고 이혼하라는 것인데, 나는 그것 만으로는 안 되겠어. 무슨 말이냐 하면 당신 명의로 되어 있는 양재동 5층건물은 사실 나하고 결혼을 한 후에 지은 것이잖아? 그러니까 나에게도 권리가 반은 있다 이 말씀이야" "그런 어려운 이야기는 아버지나 변호사에게 하시지요. 그리고 싫지만 한마디만 해둘게요. 양재동 건물은 내가 5년간 부은 적금을 토대로 지은 것입니다. 그리고 모자라는 부분은 아버지가 대주셨구요. 어디까지나 당신과 상관없는 빌딩이에요. 우리가 결혼한지 겨우 일년만에 지은 것이고.당신의 권리는 거기에 없다고 봐요. 그 건물의 대지는 아버지 것이었구요. 내 이름으로 지었을 뿐이지 그것은 아버지와 저의 공동 재산이에요" "좋아, 그럼 할 수 없어. 당신과 야쿠자를 걸어서 간통죄로 고소하겠어. 그 방법밖에 없어. 부부재산은 공동인데 안 나눠주는 것은 잘 못된 거라구" "당신은 미스 리에게 아기를 배게 했는데, 무슨 나의 잘못만 따지나요" 성이 나서 영신이 냉정하게 대꾸한다. "허허허허, 나는 간통죄를 저지른 당신들의 대화 내용을 녹음해서 갖고 있다구. 도청한 테이프를 갖고 있어" "당신을 그렇게까지 비열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아주 좋게 해결해 달라고 아버지에게 당부했어요. 바로 이 자리에서 삼십분전에" "흥, 당신 아버지는 딸의 체면보다도 돈이 더 중요한 사람이니까. 아마도 당신이 쇠고랑을 찬 걸 봐야 돈을 내놓을 걸" "그렇다면 당신은 아내였던 내가 쇠고랑을 차야 마음이 풀리겠어요? 그렇게 까지 악랄하게 하지 않아도 나는 당신의 인간성이 충분하리만큼 비겁하다고 믿고 있어요. 나는 당신이 미스 리와 간통한 것을 고소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당신은 나를 고소해요? 해보세요. 나도 방법이 있으니까요" "맞고소를 할 거에요"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참는다. 그리고 그의 비굴함에 의분을 느끼면서, "육개월쯤 살고 나오지요 뭐.그러나 부당하게 요구하는 위자료는 줄 수 없어요. 나는 쇠고랑을 채워서라도 돈을 더 뜯어내려는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다시는 나에게 전화 하지 말고 변호사끼리 이야기 해요. 목소리만 들어도 불쾌하니까"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