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성숙한 전철문화 .. 김경회 <철도청장>

8월15일로 수도권 전철이 개통된지 23년이 지났다. 그간의 발전을 바탕으로 수도권 "시민의 발"로 정착한 전철에 걸맞게 이제 우리의 전철문화도 성숙기에 접어들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얼마전 전동차의 전기공급 설비파손으로 경인선 전철이 1시간 이상 운행에 차질을 빚은 사건이 있었다. 일부 이용객들은 운행중단에 따른 손실보상과 교통비 등을 요구하며 역사무실 집기와 시설을 파손하였다는 사실을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수 없었다. 언젠가 유럽 출장길에 전철을 타고 목적지까지 가던중 어느역에서 운행지연 안내를 듣고 차안에서 기다리렸던 적이 있었다. 그때 대부분의 승객들은 역에서 조용히 신문이나 잡지 등을 보다가 결국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 조용히 역을 빠져나갔다. 전철운행이 늦어진다는 소식을 들은 영업용 택시는 물론 자가용까지도 같은 방면의 승객을 태우기 위해 전철역앞에 멈춰서 기다리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 당시 어떤 아우성도 찾아볼수 없는 질서정연함과 시민들의 여유에 적잖이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 전철은 초기의 기술부족을 극복하고 이제는 고장률도 선진국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다. 복잡한 운행시간을 피해서 심야에 각종시설의 점검과 보수를 시행하고 있는 철도 종사원들이 그동안 부단히 노력한 결과라 할수 있다. 만에하나 고장으로 인한 사고발생시 공공운송 사업자는 이의 신속한 복구를 위해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고심하고 노력한다는 점에 대하여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뒤따른다면 더없이 좋은 격려와 채찍이 될 것이다. 이제 전철운행 23주년에 즈음하여 "너그러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때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 될수 있다"는 파스칼의 명언을 되새겨 본다. 공공시설 운영상 발생하는 애로에 대해 우리 국민들도 불철주야 전철의 안전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철도인을 성숙미가 넘치는 표정으로 지켜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