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반도체 표준화' 한-미-일 "주도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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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반도체업체들간에 고속D램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등 차세대 유망제품의 표준화를 둘러싸고 싸움이 가열되고 있다. 표준화로 채택되면 로열티수입을 확보함은 물론 시장도 지배할수 있다는 점에서 업체간 합종연횡도 성행하는등 사활을 건 세싸움 형태로 번지고 있다. 1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일본 반도체업체 간에 가장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분야는 고속D램과 TFT-LCD 웨이퍼 동화상압축전송방식 등이다. 이중 메모리반도체의 처리속도를 높이기 위한 고속D램분야는 DDR진영과 램버스 진영간에 정보처리속도 표준을 놓고 한치 양보없는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DDR(double data rate)의 경우 삼성전자 NEC 마이크론테크놀로지등 한.미.일 3국의 11개사가 참여, 기술표준 확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DDR은 정보처리속도가 표준D램보다는 4배, 싱크로너스D램보다는 2배가 빠른 제품으로 내년부터 64메가D램에 채택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램버스D램은 싱크로너스D램보다 5배 빠른 제품으로 원천기술보유업체인 램버스사와 LG반도체 인텔등이 참여하고 있다. 64메가D램용 램버스반도체도 내년하반기부터 상품화될 전망이어서 양측간의 치열한 시장다툼이 예상되고 있다. TFT-LCD는 차세대 주력제품의 기판사이즈를 놓고 삼성전자와 LG전자등 한국업체간에 주도권다툼이 일고 있다. 일본업체들은 양자의 싸움을 지켜본뒤 한쪽에 가세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기판사이즈로 6백mm x 7백20mm를 확정했고 LG전자는 6백50mm x 8백30mm를 채택할 예정이다. 문제는 어떤 사이즈를 채택하느냐에 따라 장비의 표준등이 달라지고 이 기판으로부터 생산되는 TFT-LCD의 사이즈와 생산량이 달라진다는 데에 있다. 현대전자는 삼성전자측에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본업체들은 아직 장비의 신뢰성검증이 안됐다는 이유로 차세대기판사이즈를 확정하지 않은채 한국업체의 싸움을 주시하고 있다. 이밖에 차세대 반도체칩 소재인 12인치 웨이퍼의 기술표준을 놓고 미국의 I300I진영과 일본의 J300I진영간의 표준싸움이 벌어지고 있으며 한국업체들은주로 미국진영에 가담하고 있다. 이밖에 동화상압축전송방식의 표준을 놓고 현대전자와 삼성전자의 일부 원천기술이 잇따라 검증모델로 채택되는등 최종 표준안 확정에 앞서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업체간의 검증모델 채택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업계는 과거 VCR의 국제표준을 놓고 소니와 마쓰시타가 벌인 싸움을 예로 들면서 앞으로는 첨단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누가 표준모델로 자리잡느냐가 사업 성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