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컬렉션 가이드] '독일 뷔르트사의 예술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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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적인 메세나 기업-독일 뷔르트사. 모범적인 메세나 (예술후원) 기업으로 유명한 뷔르트 (Burth) 미술관의 소장품중 일부가 지금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공개되고 있다. "20세기 미술로의 산책-독일 뷔르트 미술과 소장품전" (8.19~9.28)이 바로 그것이다. 피카소 알버스 아르프 카로 칠리다 드랭 에른스트 폰타나 미로 레제 등 20세기 거장들의 다양한 회화.조각작품 1백30여점이 한 자리에 모여 있어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20세기 미술의 면모를 한 눈에 읽게 해주고 있으며,컬렉터들에게는 컬렉션의 방법과 그 활용면에서 교과서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전람회다. 뷔르트미술관은 세계적인 공구 메이커인 뷔르트사의 설립자인 라인홀트 뷔르트 (현 뷔르트미술관 명예회장)씨가 30년 이상 열정적으로 수집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90년에 설립한 미술관이다. 놀데의 수채화 1점에서부터 시작된 컬렉션이 3천5백여점에 달하는데 특히 독일 내에서 크리스토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는 그 가운데 1백30여점을 추려 극동 지역 순회전으로 이루어지게 된 것인데 기업홍보 목적도 함께 지니고 있다. 뷔르트 씨의 수집방법에 주목할 것은 대체로 주제와 장르를 한정한 막연한 수집 관행에서 탈피하고 있으며, 그 운영과 활용에 있어서도 기업의홍보는 물론 직원들의 문화복지 차원에서 개방적인 방식을 견지하고 있다. 직원들이 자신의 집을 장식코자 할 때 미술작품 대여 도서관을 통하여 판화작품을 대여받을 수 있다. 또한 미술관을 활용, 다양한 낭독회 음악회 문화정보 레저 등에 앞장서고 있어 그 활용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미술관의 적극적이고 다양한 역할과 컬렉션의 활용 시책은 지방 도시에 거점을 두고 있는 회사 입장에서 직원들의 문화적 욕구와 사기를 진작시키는데도 한 몫을 하게 된다. 이러한 뷔르트씨의 기업가로서, 그리고 컬렉터로서의 문화적 헌신은 "사치품으로서가 아닌 대중을 위한 투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와 그의 기업들이 30여년의 세월동안 신중하게 투자하고 수집에 몰두한결과는 오늘날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엄청난 이득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작품가격 상승을 통한 부가가치도 그렇지만 직원들에게 베푼 문화복지 등을 통한 생산성향상 효과야말로 큰 소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금의 순회전을 통해 해외시장 개척의 첨병역을 하는 것도 기업경영 전략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뷔르트사는 서울에도 지사를 두고 있다. 한국 시장과 대중에게 세련되고 품위있는 문화예술적 접근을 시도할 때 친근감을 느끼게 될 것은 당연하다. 이제 우리도 하루 바삐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은 소비나 사치가 아니다. 문화예술은 장단기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생산이자 건설이다. 오늘날 우리의 문화예술이 자꾸만 경제논리, 그것도 소비적 측면만 부각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뷔르트사의 신중하고도 사려깊은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와 증언은 금과옥조로 삼아 마땅하지 않을까.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