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땀흘림의 가치 .. 손기수 <국민생명보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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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무더운 여름이 되면 누구나 따갑게 내리쬐는 태양의 햇살을 피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어느 계절보다 뜨겁기에 땀을 많이 흘리는 때이기도 하다. 오랜 도시생활 탓에 들일을 하며 땀을 흘려본 기억도, 학창시절 건설현장 막일을 하며 땀에 흠뻑 젖어본 기억도 어느새 가뭇하지만 그 소중한 땀흘림의시간들이 아직도 내 가슴에 새록새록 하고 나는 거기서 인생을 반추하곤 한다. 볍씨를 담가 싹을 틔우는 일에서부터 가을에 추수를 할때까지 농부들은 한여름의 뙤약볕도 달게 받으며 묵묵히 땀 흘리며 일을 한다. 거기에는 거짓이나 요행이 스며들 틈이 없으며 오직 심고 뿌린대로 거둔다는 진리만이 빛나고 있을 뿐이다. 거짓없고 성실하게 삶을 꾸려가는 부지런한 손끝에 참된 삶의 기쁨과 보람이 있는 것이다. 여름을 유난히 타는 나로선, 가만히 있기만 해도 목으로 등으로 흘러 내리는 땀을 보면서 여름만큼 땀흘림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계절도 없음을 실감한다. 땀흘림은 신성한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요행수가 아니다. 인생의 참맛은 묘수를 바라지 않고 한수 한수를 두는 바둑판 위의 진실에 있고, 잘 고른 논에 모를 심는 농부의 땀방울에 있다. 이렇듯 무더운 여름내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과 땀흘리며 수고한 노력의 결실들은 반드시 맺힐 것이다. 이제 곧 결실의 계절을 맞이하게 된다. 농부들에게는 땀흘림의 진가가 나타나며 열심히 노력한 이들에겐 더욱 알찬 결실을 맺을 이때, 땀흘려온 지난 순간 순간들을 기억하며 진정 삶에 있어서 참다운 것을 발견할수 있으리라. 지나친 땀흘림은 체력을 소진케 하지만, 신진대사를 원활히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은 성장을 한 것도 아마 땀흘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누구나 땀흘림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 진정 건전하고 정직한 사회로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