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인트' 기업] '(주)대농 등 법정관리 들어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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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순위 33위인 대농그룹(회장 박영일)이 창립42년만에 사실상 와해됐다. 모기업인 (주)대농이 법정관리에 직면하게 되는 등 미도파를 제외한 모든 계열사 정리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대통은 그룹의 모태인 (주)대농을 살리기 위해 25일 채권단회의가 열리기까지 채권단을 상대로 1년간의 자구기간을 달라고 설득했으나 1개월남짓의 시간을 얻어내는데 그쳤다. 또 미도파도 1년간 희생의 기회가 주어졌다고는 하나 지급보증규모가 1조2천억원에 달하는 등 확실한 회생은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농은 올초 21개 계열사에서 11개 계열사를 매각하고 현재 미도파 (주)대농을 비롯, 대농특수산업 제트라인(택배회사) 스파메트로(편의점) 코리아헤럴드 내외경제신문 미도파관광 등 10개사를 유 하고 있으나 미도파를 살리기위해 다른 계열사들은 정리할수 밖에 없다. 대농그룹은 지난55년 박용학 명예회장이 서울에서 곡물 비료 수출입업체인 대한농산을 세우면서 시작됐다. 그는 대한농산에서 큰 돈을 벌어 60년대 삼양제분 한일제분 등을 인수했다. 68년에는 김성곤씨의 금성방직과 태평방직을 인수했고 이듬해인 69년 미도파백화점을 인수, 그룹의 기틀을 다졌다. 모기업인(주)대통은 73년 대한 농산 금성방직 태평방직 한일제분 등을 통합, 상호를 변경한 것이다. 대농은 72, 73년 오일쇼크때 원면가격폭락으로 막대한 환차손을 입으면서 법정관리를 받게돼 1차위기에 처하게 된다. 당시 박명예회장은 (주)대농을 살리기위해 미도파와 관악컨트리를 매각하라는 재무부의 압력을 받기도 했으나 받아들이지 않고 위기를모면했다. 80년대 중반의 면방경기대호황에 힘입어 10년만에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대통은 이후 면방위주의 사업구조에서 탈피, 다각화에 나서 계열사는 80년대초 5개에서 올연초 21개로 불어났다. 특히 지난89년1월 부친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은 박영일회장은 그해 6월 대농창업투자를 세운데 이어 메트로콤(92년2월) 미도파건설(92년4월) 스파메트로(93년6월) 메트로프로덕트(94년1월) 한국다까치오(95년3월)등 10여개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대농은 미도파와 (주)대농의 지급보증으로 은행빚을 대거 차입한데다 최근 면방경기가 시들면서 (주)대농의 적자가 누적돼 다시금 코너에 몰리게 됐다. 지난해말부터는 부동산매각에 나서는 등 사업구조조정에 나섰으나 주력업체인 미도파에 대해 신동방이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을 시도,결정타를 맞게 됐다. 경영권방어에 1천2백여억원을 출혈하면서 자금압박에 시달리게 되고 급기야는 지난5월 부도유예협약대상기업이 된것. 박명예회장은 90년대초 무역협회장을 역임하는등 원만한 성품으로 비교적 재계의 신망이 두터웠다는 평을 듣고있다. (주)대통 또한 대표적인 섬유업체로서 명성을 떨치며 우리수출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재계는 오늘의위기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