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7일자) 현실과 괴리된 대목 많다

재경원이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우리경제의 현안과제인 기업의 재무구조개선과 구조조정을 촉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방향은 잘 잡았다고 평가할 만 하다. 그러나 내용을 좀더 뜯어보면 현실에 맞지 않거나 형평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대목들이 적지 않다. 법인이 금융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부동산을 팔 경우 특별부가세(양도소득세)를 면제하는 조항만 해도 그렇다. 면제요건을 금융기관협의회의 승인을 받은 재무구조개선계획에 따른 사업용 부동산으로 국한, 결과적으로 한 은행만 거래하는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혜택을 볼수 없게 돼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금융기관협의회의 승인을 받는 절차를 밟는 것 자체가 은행과의 역학관계 등 "현실"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고 볼때 이 조항은 자칫 중소기업엔 50%면제(현행), 대기업엔 1백% 면제라는 차등을 결과할수 있다.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부동산매각 촉진을 겨냥한 것이라면 비업무용 부동산매각에 대해 일체 혜택을 주지 않는 것도 비논리적이다. 기부접대비 한도를 대폭 축소한 것도 현실감을 잃은 느낌이 짙다. 기업의 소비성 경비지출을 억제해 과소비풍조를 막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정책의도는 기본적으로 옳지만, 그 한도가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에 결국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짙다. 접대1회에 1인당 5만원 이내로 돼있는 1인당 접대비한도가 물가수준 등을 감안할 때 과연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또 유흥업소에서 쓴 접대비는 전액 손비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도 과연 현실적으로 무리가 없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체 접대비한도 범위내에서는 영수증 등 증빙만 있으면 어디서 지출했건 손비로 인정해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다고 본다. 영수증없이 쓸수 있는 기밀비 손비인정한도를 줄여야 한다는 데는 기본적으로 공감하지만 현재 접대비의 30%수준인 한도를 내년에는 20%, 99년에는 10%로 줄이고 2000년에는 아예 없애겠다는 것도 너무 성급하지않은지 생각해볼 대목이다. 또 기부금한도를 현재의 자기자본(50억원한도)의 2%와 소득금액의 7%를 합한 금액에서 자기자본기준은 없애고 소득금액의 5%로 줄이려는 것도 그렇다. 이는 결손법인의 경우 일절 기부금을 손비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인데,내지 않을수 없는 준조세적 기부금지출이 불가피한 현실을 감안할 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올해 결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현실감이 없는 세제가 그 의도와는 반대로 오히려 비리와 부정만 극대화시킨다는 점을 거듭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털면 먼지가 나지 않는 자 없다"는 세정 풍토도 따지고보면 세제의 비현실성에 큰 원인이 있다. 그것은 결국 세정의 부조리로 이어져 부정을 확대재생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마련이기도 하다. 세제가 선언문이어서는 곤란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재경원이 내놓은 세법개정안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