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0일자) 다국적기업의 불공정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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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콜라원액 공급중단과 관련, 미국 코카콜라사의 자회사인 한국코카콜라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것은 다국적기업에 대한 첫 시정명령이라는 점에서 뿐아니라 앞으로 유사한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재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사실 그동안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제재조치는 거의 국내기업에 국한시켜 왔고 다국적기업들의 횡포 등에는 무방비상태나 다름없었다. 물론 그렇게 된데는 우리의 필요에 따라 묵인할 수밖에 없거나, 국내의 거래관행이나 제도자체가 경쟁제한적인 요소가 너무 많아 외국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수 없는 측면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시장개방의 진전과 국내기업의 해외진출 등으로 국내 소비자보호는 물론 기업의 국제경력확보를 위해서도 국내외 업체에 구애받지 않고 공정경쟁질서 확립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우리는 공정위가 이번 코카콜라에 가한 제재조치를 이러한 국제거래상의 불공정행위 근절에 대한 의지표명으로 이해하고 보다 체계적이고 실효성있는 제도보완과 실천에 노력해주기를 당부한다. 외국 거대기업들의 국내시장 진출과 관련한 불공정행위는 코카콜라의 예에서 알수 있듯이 독점적 판매권부여를 둘러싼 것들이 많고 유명상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거래강제,또는 차별적 가격책정 등의 불공정사례도 흔치 않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예컨대 유명상표 제품의 병행수입이 허용되는데도 불구하고 본사의 압력에 의해 사실상 독접수입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 등은 경쟁제한행위로 국내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임에 틀림없다. 또한 유통시장 뿐아니라 투자진출 기술협력 금융거래등 모든 분야에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게 하자면 국내시장의 경쟁제한적 제도나 관행의 시정도 불가피하다. 기업결합의 평가기준이나 카르텔의 허용, 공공기업의 경쟁제한행위 등이 검토대상이다. 또 외국기업과 상품의 국내시장 접근을 저해하는 제도도 국제규범에 맞게 고쳐져야 할 것이다. 이미 WTO와 OECD에서 논의되고 있는 경쟁라운드는 우리가 좋든 싫든 회원국으로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놓여 있다. 자칫 이에 대한 대비가 없이 경쟁라운드가 타결될 경우 우리에게는 무척 힘든 상황변화가 될 것이다. 얼마전 EU(유럽연합)가 미국의 보잉사와 MD사의 합병에 대해 세계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강화를 문제삼고 나선 것도 이러한 경쟁라운드의 전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 코카콜라에 대한 판정을 계기로 공정거래정책의 국제화를 보다 진전시켜 주기를 기대한다. 공정거래정책은 경쟁촉진과 소비자보호가 주력이어야 함에도 그동안 우리제도는 경제력집중완화 등 오히려 기업규제적 운용에 치우쳐온 것도 사실이다. 이번 기회에 공정거래제도운용이 경쟁을 촉진시키는 조장행정이라는 인식이 뿌리내리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