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불황' 풍속도] (8) '부동산 투자클럽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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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에 눈을 돌리는 샐러리맨들이 급증하고 있다. 친구나 직장동료 친척들과 공동으로 부동산투자를 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경기침체로 "명퇴바람"이 불면서 옥죄어오는 고용불안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대전의 한 국영기업체에 근무하는 안종서 과장은 30대후반의 나이에 대전 최고의 상권으로 떠오르고 있는 둔산 중심상업지의 땅 주인이 됐다. 안과장은 혼자만의 힘으로 한 필지에 11억원을 호가하는 땅을 사기엔 너무 벅찼다. 그래서 동료들과 공동으로 매입했다. 회사동료 40여명이 각자 2천5백만원 정도의 돈을 출자했다. 뭉칫돈이라 가계에 부담은 됐지만 노후를 위해 감수하기로 작정했다. 매입한 땅이 벌써 평당 1백50만원이상 올랐다. 앞으로 건설업체와 손잡고 개발만 잘하면 노후는 보장된다는 희망을 안과장은 갖고 있다. 이처럼 회사동료들이 비교적 적은 자본을 들여 투자가치가 높은 지역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공동이재" 붐이 확산되고 있다. 공동개발을 통해 투자이익을 나눠 갖자는 것이다. 혼자 힘으로 불가능한 투자를 여럿이 분담함으로써 "부담은 적게 이익은 많게"를 실현하고 있다. 안과장과 같은 샐러리맨을 우리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대덕연구단지내 한 연구소에 근무하는 홍혜종씨도 연구소에 근무하는 동료 20여명과 공동으로 부동산을 샀다. 대전 상업지역의 대지다. 건물을 지어 임대만해도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홍씨는 "경기침체여파로 명퇴바람이 연구소에도 불고있다"며 "재테크에 눈을 돌리는 연구소 직원들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또 국영기업체에 근무하는 유진우 부장은 "택지개발을 하겠다"며 충남 공주시 반포면 금강변일대 3만평의 임야를 매입했다. 1백여명의 회사동료들과 공동으로 1인당 1천여만원씩을 출자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천일 차장도 고등학교동창 5명과 어울려 철원에 싼땅을 샀다. 1인당 1천4백만원씩 투자했다. 통일이 되면 휴전선부근의 땅이 오를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이는 또한 경기가 나빠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중소기업종사자로서는 미래에 대한 "보험"인 셈이다. 특히 샐러리맨들 사이에 신종 재테크로 각광받고 있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벤처기업출자다. 아이템이 좋은 회사에 투자를 하면 소액으로도 수십배의 투자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아주팩터링의 모가균씨는 최근 중소기업청에서 모집한 개인투자자 모임에 참여키로 하고 서류를 제출했다. 모씨는 우수한 벤처기업에 소규모 자본출자를 하고 배당이익을 얻을 생각이다. 기업공개까지 이뤄진다면 금상첨화다. 이미 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상당수의 샐러리맨들이 창업기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예전같으면 동네에 슈퍼나 문방구를 내는 정도의 소극적인 부업이 전부였다. 그러나 대형할인매장의 등장으로 돈벌이가 시원치 않아지는 데다 "감원바람"이 불면서 적극적인 이재행동으로 옮겨가고있다. 공동투자는 위험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샐러리맨들 사이에 이재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