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부실 등 "유사"..한국 금융위기 다른나라와 닮았나

멕시코와 태국등 동남아국가를 휩쓸었던 금융및 외환위기가 국내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불안감이 일고 있다. 국내외환시장및 자금시장의 불안한 양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식시장마저 휘청거리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의 증시 폭락은 동남아주가의 동반하락을 초래한 외국인투자자들의대량매도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외국인투자자및 외국자본이 본격적으로 "탈한국"을 시도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만일 외국자본의 이탈현상이 본격화된다면 종금사및 일부 금융기관의 부도위기및 해외자본차입중단과 맞물려 걷잡을수 없는 금융및 외환위기로 비화될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런 위기감은 현재 국내상황이 비록 형식적이긴 하지만 지난 94년의 멕시코와 최근 동남아국가들의 외환및 금융위기 진행과정과 유사하게 닮아있다는 분석에서 기인하고 있다. 우선은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그렇다. 경기활황기에 고위험자산을 잔뜩 늘려 놓았던 멕시코나 태국 일본 등의 금융기관은 경기침체와 버블해소로 대규모의 부실채권을 떠안았다. 그러자 금융중개기능의 마비현상이 나타났고 일부 금융기관은 파산직전에 다다랐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최근의 일부 종금사와 은행의 모습이 이들 금융기관과 닮은꼴이 돼가고 있는게 사실이다. 외국자본의 이탈조짐도 그렇다. 멕시코등에서는 외국자본이 일시에 빠져나가자 통화가치와 주가가 폭락했다. 현재 국내의 환율상승과 주가폭락이 이런 단초가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물론 멕시코나 동남아국가의 외환및 금융위기상황이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재연될 가능성이 아직까지는 높지않다는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제수지적자규모등 우리나라 경제의 기초여건이 동남아나 멕시코의 경우와는 현저히 다른데다 자본시장의 개방폭이 적어 투기성자금인 핫머니가 일시에 유입됐다가 이탈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근거에서다. 또 "시장평균환율제의 시행으로 원화가치의 절하압력을 이미 상당부분 소화한데다 종금사등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정부가 보증을 서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하고 나선 것도 이들 나라와는 다르다"(이상헌 한은 조사제1부장)는것이다. 그러나 투기성자금에 대항할수 있는 외환보유액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는데다 일부 금융기관들의 경우 이미 정부의 보증없이는 제대로 버틸수없을 정도로 자생력을 상실한 점으로 미뤄 정부의 시의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갈수록 확산될 것이란 지적이 많다. 금융위기를 겪은 다른 나라들의 상황과 진행과정을 간략히 정리했다. 멕시코 =지난 94년12월 기초경제력에 비해 과대평가돼 있던 페소화가치가폭락했다. 이를 전후해 외국인투자자들이 채권과 주식등에 투자했던 자금을 급속히 회수함에 따라 금융및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이와함께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급격히 진행됐으며 급속한 자본유출로 은행시스템의 유동성부족사태가 발생했다. 태국 =지난 90년이후 태국정부의 과감한 자본자유화조치로 유입된 해외자본은 부동산등으로 흘러가 버블을 발생시켰다. 지난해부터 엔화약세 등에 따라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경기가 둔화되자 금융기관의 부실자산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급기야 지난 3월 태국나뉴은행이 최대 금융회사를 합병하기에 이르렀고 이후 예금인출사태, 은행 금융회사 증권회사의 주식거래정지, 주가폭락등의 사태가 초래됐다. 일본 =지난 80년대이후 계속된 주가 지가등의 거품경제가 정책당국의 금융긴축및 강력한 부동산가격 억제책 등으로 급속하게 소멸되자 이 기간중고수익 고위험자산을 늘려 왔던 금융기관들이 파산에 직면했다. 92년4월이후 신용금고 신용조합등 소규모 금융기관들을 중심으로 파탄하는사례가 증가하다 지난해엔 7개 주택금융전문회사의 부실화문제가 표면화,금융시스템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됐다. 그러나 외국자본의 대거유출등 외환위기가 금융위기와 함께 나타난 것은 아니어서 부실금융기관 정리대책 등으로 금융위기를 해소하고 있는 점이 멕시코나 태국등과는 다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