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일자) 장기불황 징후가 짙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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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 붙은 경기가 언제 풀릴 것인지를 두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하고 있다. 여러가지 지표로 보아 경기는 곧 저점을 통과, 회복단계에 들어설 것이라는낙관적 진단과 불황의 장기화는 불가피하다는 비관적 진단이 그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중 산업활동동향"은 생산 출하 재고증가율 등에서 전반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중 산업생산은 전년 7월보다 7.9%, 제품출하는 9.7% 늘어났고 재고증가율은 9.6%로 95년 6월이후 25개월 만에 처음으로 한자리수로 떨어졌다. 현재의 경기상태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7월중 전월보다 0.2% 떨어져 지난 4월의 일시적 상승을 제외하고는 1월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6~7개월 뒤의 경기상황을 예고해주는 선행종합지수는 7월중 전월에 비해 0.9% 증가,3월 이후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는 현재 경기는 하강국면에 있으나 9~10월이면 밑바닥을 치고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걸 말해주는 것이다. 지표상의 경기는 일단 호조로 나타나고 있지만 경기가 곧 풀릴것이라는 전망을 받아들일수 있는가. 지표상의 경기와는 달리 체감경기는 최악의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는게 실물경제 현장의 목소리다. 7월중 기업부도율은 0.24%로 급등했고 부도액은 1조9천6백5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동차 전자 철강 등 주력상품의 내수부진은 지속되고 있고 판매는 늘어나도 수익성이 제고되지 않으니 체감경기는 나쁠수 밖에 없다. 소비침체는 체감경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아 사태는 7월중에 발생했지만 파급효과는 8월이후 본격화되었고 지금은 협력업체의 연쇄도산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 있다. 그런가 하면 경제정책은 일관성을 잃고 있고 금융시장불안은 여전하고 기아사태는 어떻게 해결될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앞으로 기업과 금융기관의 자구노력이 본격화되면 대규모 실업사태가 벌어져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가능성도 크다. 대부분의 대기업이 올하반기 신규채용 규모를 낮춰잡고 있다. 우리는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차이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본란이 누차 강조해 온바 있지만 경기회복시기가 언제인가를 따지고 있을 여유는 없다. 비록 경기의 저점이 임박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더이상 경기가 나빠질 여지가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지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는 시점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특별한 기술과 자본의 뒷받침없이 열심히 땀흘려 경제성장을 이루어냈다. 앞으로의 성장도 흘린 땀에 비례할 것이다. 그런데 땀흘리려 하지 않고 기술혁신에 소홀히 하면서 경기회복 만을 기대하고 있다. 비록 경기가 회복된다 해도 성장을 무슨 힘으로 지속시킬 것인가를 한번 생각해 보자. 경기회복과 성장지속의 기본요인을 우리스스로 만들어내지 않는한 장기불황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씨앗뿌리는 노력없이 열매를 거둘수는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