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원식 <문학평론가> .. 15년만에 비평집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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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과제는 저항적 민족주의와 지나친 상업주의를 극복하는 일입니다" 15년만에 두번째 비평집 "생산적 대화를 위하여" (창작과비평사)를펴낸 문학평론가 최원식 (48.인하대교수)씨는 민족적 현실에는 충실하되 저항적 민족주의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문학의 "내재적 발전론"을 계승하는 것은 좋지만, 독자성 미화에 그치지 말고 국제적인 시각에서 점검하는 냉철함이 필요합니다" 그는 지난 시대에 대한 반성을 통해 21세기 한국문학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70년대 민족문학론은 문학성과 사회성,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동시에 넘어서려는 대안 추구의 성격이 강했죠. 따라서 문화가 정치에 종속됐던 앞시기의 불행을 되밟았지요" 그는 80년대를 "변혁이론의 미숙으로 리얼리즘이라는 이름아래 혁명적 낭만주의로 기운 시대"라며 "이제는 80년대식 낭만주의를 극복하고 모더니즘이나 포스트모더니즘의 도전도 끌어안을수 있는 진정한 리얼리즘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 "80년대의 급진적 문학운동이 퇴조하면서 민족문학 위기론이 제기된 뒤 90년대 문학마저 "새로운 황제"인 자본에 봉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학의 정치적 예속도 도마에 올랐다. "문학속의 정치는 음악회 중간에 울리는 총소리같다"고 한 스탕달의 경고처럼 지나친 정치성으로 인해 한국문학, 나아가 남북문학 전체가 흔들려왔다는 것. 그는 "현실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문학의 자율성을 살리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이번 평론집에는 이같은 이론비평과 함께 고은 김지하 이시영 이동순 박노해 김용택 김남주 시론, 천승세 박태순 황석영 송기원 현기영 이순 소설론 등이 실려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