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Economist지] "미국 고성장 오래 못간다"

[ 본사특약 독점전재 ] 빌 클린턴대통령은 미국경기가 30년만에 최고 호경기라며 자랑하길 좋아한다. 사실 인플레이율은 낮고 실업률은 지난 60년대이래 최저수준인 4.8%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자신의 업적을 뽐낼만 하다. 그러나 회복된 요즘 미국경제와 찬란했던 한 세대전의 그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다름아닌 국민들의 저축률이다. 지난해 미국국민들은 자신의 가처분소득중에서 4.3%만 저축을 했다. 이는 그들의 부모세대들이 했던 저축률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저축의 중요성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한 미국의 경제기적은한순간에 허물어질 수 있는 모래탑에 다름아닌 것이다. 미국의 가구당 저축률은 70년대 중반부터 내리막 길을 걷기 시작했다. 얼핏 보기에 90년대 중반이후 하락세가 멈추고 다시 저축률이 높아진 것처럼 볼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7월말 미 상무부가 발표한 조정통계치를 보면 하락세는 여전히이어지고 있고 특히 지난 18개월동안에는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들은 자신의 가처분소득중 15%정도를 저축하길 바라고 있다. 이들의 실제 저축률과는 무려 4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하버드대 경제학과의 라입슨교수는 이를 자기억제력의 부재 때문인 것으로분석한다. 미국인들이 자기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은 지난 40년동안 "소비지행주의" 사고방식이 미국인들의 생활을 지배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을 소비지향주의라는 구렁텅이에 빠트린 원흉으로는 기업 은행들의신용 대출제도를 짚을수 있다. 지난 50년대 미국에서 너나 할것 없이 자동차를 구입하는 모터라이제이션 붐이 일게 된데는 기업들 할부구매기간을 24개월에서 36개월로 연장해준게 계기가 됐다. 이와 유사한 예는 주택저당대출조건의 완화다. 15년전만해도 이미 저당잡혀 있는 집을 다시 저당잡아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는게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은행에서 주택재담보 대출을 손쉽게 받을수 있게 됐다. 그러다보니 가처분 소득에서 차지하는 가구당 부채비율이 지난 80년 67%에불과했던 것이 작년에는 무려 89%로 상승했다. 금융기관들의 크레디트카드 발급남발도 저축률 하락을 부채질했다. 누구에게나 크레디트 카드를 발급한 탓에 요즘 파산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파산하는 미국인들이 워낙 늘어나는 바람에 요즈음 "파산은 사회생활의 종지부를 찍는 낙인"이라는 인식도 희박해졌다. 미국파산연합회(ABA)에 따르면 올해 파산을 선언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릴 이들이 무려 1백30만에서 1백4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미국정부는 미국인들이 저축을 하도록 유도할수 있을까. 그 정책방안에 대해선 학자들마다 의견이 다르다. 저축전문가인 로렌스 섬머스는 "개인퇴직연금한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자본이득세를 감소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행히 미국정부의 정책방향은 이러한 두가지 방안을 동시에 시행중이다. 정책이 실효를 거둬 미국인들의 저축률이 다시 높아질지의 여부는 두고볼 문제이지만.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