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기 참사] 사고수습 무성의..유족들 분통 .. 이모저모

.이번에 추락한 TU134기는 워낙 낡은 기종이어서 이 곳을 자주 왕래하는 사람들에게는 기피 1호인 비행기로 알려졌다. 하노이에 거주하는 한 서방기업인은 "TU134기에 예약된 경우 안전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말하고 "이 여객기는 기체가 흔들릴 때 의자가 접혀지고 에어컨 서리로 기내가 어두워지는 등 항상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사고직후 구조대원들이 사망자를 대상으로 약탈을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사고원인을 밝혀줄 블랙박스도 현지 주민들이 약탈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조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블랙박스 보관함을 발견했으나 메인 블랙박스와 음성기록장치는 아직 찾지 못했다"며 "주민들이 블랙박스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가져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베트남 항공 조사팀은 주민들이 약탈해간 물품을 되돌려주도록 조치할 것을 베트남 당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이 옮겨진 프놈펜 시내 칼멧병원에는 현지 교민 30여명이 한국인으로 확인된 시신을 씻고 부패하지 않도록 알코올을 주입하는 등 밤을 새워가며 시신을 돌봐 동포애를 과시했다. 박경태 주캄보디아 한국대표부 대사는 현재까지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18구의 시신중 16구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확인된 시신은 염을 마치고 특별히 마련된 영안실에 안치됐다. .유가족들과 취재진을 태우고 호치민에서 프놈펜까지 갈 항공기가 이번에 사고가 난 러시아제 TU-134와 같은 기종으로 드러나자 유가족들이 "그렇게 위험한 비행기를 또 타란 말이냐"며 거세게 항의. 베트남항공측은 이에 따라 항공기를 60인승 규모의 프랑스제 ATR72기로 교체했다. .사고직후 서울 중구 순화동 베트남항공의 총대리점에 모여든 유족들은 4일 사무실 직원들이 평일과 마찬가지로 아침 9시에 출근하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들은 특히 사고현장으로 가는 것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데다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약탈을 자행했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했다. 항공사측은 유가족대책본부를 순화동 사무실에 설치키로 했다가 김포공항화물청사앞 청원빌딩 대강당으로 갑자기 바꾸는 등 사고수습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가족대책본부가 마련된 김포공항 청원경찰대 강당에 모인 유족들은 보상금 15만달러 일괄지급 소식이 전해지자 베트남측의 무성의를 비난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들은 괌사고때도 위자료와 장례비등이 지급됐다며 정부가 외교적 압력을 가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에 사고를 당한 21명중 8명이 14억7천만원정도의 보험에 가입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에 들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선교나 봉사활동 목적으로 비행기를 타 여행사 등에서 단체로 가입하는 여행자보험에 든 사람이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고로 오지인 캄보디아 국위를 선양하고 불우한 사람을 돕기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참사를 당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원광대 의대팀을 이끈 충남 장항읍 반석의원 원장 김봉석(36)씨는 저소득층에 대한 무료 진료는 물론 읍내 5개 중.고교에 장학금을 내놓는 등 인술을 실천했던 의사. 내전으로 폐허가 된 캄보디아를 그동안 5차례 방문해 의료봉사를 하기도 했었다. 김원장이 참변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장항읍민들은 "하늘이 왜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을 이처럼 일찍 데려갔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이번 사고로 부인과 아들 장인을 한꺼번에 잃은 주캄보디아 대표부 정강현 참사관은 개인적인 슬픔을 애써 감추고 사고수습을 위해 뛰어다녀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대표부 창설요원으로 1년전 부임한 정참사관은 사고현장과 대표부 등을 오가면서 시신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