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일류기업 연구] '일본 마쓰시타' .. 제2도약 모색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이자 가전업계의 선두주자인 마쓰시타가 요즘 "제2도약"의 기로에 서있다.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경영철학이 2,3세에 와서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한차례 폭풍을 몰고 왔던 "세습경영" 논란은 마쓰시타의 현재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당시 마쓰시타의 세습경영을 강력히 비난했던 주인공은 바로 전문경영인을 대표하는 야마시타 도시히코 상담역. 그는 "창업주의 자손이라는 이유만으로 실력은 검증받지도 않은채 경영요직을 차지하는 것은 국제적인 기업에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마쓰시타의 위기는 그룹 관리체제의 허약함에서 나온다는 게 기업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모리시타 요이치 현사장은 지난 93년 취임이래 새로운 경영관리 기법을 도입하는 등 대대적인 혁신작업을 펼쳐왔다. 종신고용제, 연공서열형으로 대변되는 일본식 경영기법을 버리고 서구식 리엔지니어링을 앞서 도입, 관심을 모아왔다. 그러나 이런 개혁은 시간이 지나면서 힘을 잃어갔다. 여전히 관료주의와 비합리적인 관행이 곳곳에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대변하는 흥미있는 말이 있다. 마쓰시타그룹의 경영을 분석해보면 하나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계열사들에 있어 건강의 척도는 본사와의 거리에 비례한다"는것이다. 결국 모리시타를 필두로 마쓰시타 경영진은 지난해부터 다시 개혁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그래서 도입한 게 "경영의 분사화". 마쓰시타는 44개 사업부를 관장하는 그룹본사의 경영직급을 완전히 없애버렸다. 그리고 각 사업부가 제품개발에서부터 생산 재정까지 모든 것을 독립채산제로 운영토록 했다. 사업다각화에도 박차를 가했다. 3DO게임기 디지털TV 액정표시장치(LCD) 등 첨단분야를 대폭 강화했다. 그 결과 경영실적이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올들어 지난 3월까지 마쓰시타의 총매출액과 경상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8%, 39%씩 증가했다. 그룹전체의 연결순익도 41% 늘어났다. 그렇다고 이같은 호조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모리시타 사장이 밝히고 있는 "2000년 신계획"의 청사진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아직도 버려야 할 구습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마쓰시타가 창업자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일류기업으로 우뚝 설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가전왕국" 일본의 산업계가 큰 영향을 받을게 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