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의제로 빠져 나가는 부실기업] 화의제에 대한 재경원입장

재정경제원은 진로그룹이 화의절차를 신청하고 다른 부도협약 대상기업들에도 화의신청 가능성이 제기되자 크게 당황해 하고 있다. 재경원은 특히 진로 그룹이 부도협약으로 각종 지원과 혜택을 받고도 일방적으로 화의 신청을 낸데 대해서는 불쾌한 표정도 감추지 않고 있다. 재경원 관계자는 화의법은 법 취지상 중소기업을 위한 채무조정 절차인데 대기업이 이를 신청하는 것부터가 이해할수 없는 일이라며 채무자에게 끌려다니는 채권은행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부도협약을 팽개치고 개인이나 중소기업 차원의 화해 절차를 선택하고 채권은행들도 스스로 부도협약을 형해화시키는 것 자체가 납득키 어렵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에따라 채권자들의 지위를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대출 관련각종 제도와 관행을 대대적으로 개혁하고 현행 부도협약도 다시 손보는 것이 불가피해졌다고 설명했다. 재경원은 이에따라 9일에 이어 10일에도 금융정책실을 중심으로 부도협약과화의절차가 충돌하면서 발생할수 있는 각종 문제점을 검토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재경원은 대략 세가지 문제 해결 원칙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째는 화의법이 경영자의 경영권 존속을 인정하고는 있다하더라도 부도협약상의 경영책임 문제는 현행 골격을 절대 유지하도록 한 점이다. 화의에 들어가더라도 채권단의 동의절차를 무기로 책임경영문제는 반드시 매듭을 짓는다는 방침이다. 또 하나는 현재 부도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는 기아등이 섣불리 부도협약의틀을 깨지 못하도록 채권단이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할수 있도록 독려한다는점이다. 재경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부도협약이 여의치 않으면 은행관리 받게 하는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도 채권단에 대한 정부측의 주문을함축하고 있다. 재경원 관계자들은 "기아그룹이 부도협약 적용이 끝난 다음 곧바로 화의신청을 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진로가 화의를 신청한 지난 8일만 해도 화의에 동의해 줄 것 같던 채권은행들이 9일부터 불가쪽으로 선회하고 있는데는 정부측의 의사가상당히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재경원은 그러나 화의법 회사정리법 파산법등 기업정리와 관련된 세가지 현행 법체계와 부도협약을 모두 조속한 시일내에 하나의 법률체계로 통합하는등 근본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화의법은 그동안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던 법이었으나 진로그룹이 이를 기습적으로 이용한 만큼 가능한 수순을 모두 재검토 하지 않고는 채무기업들의 경영책임을 확고히 할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을 재경원은 갖고 있다. 재경원은 특히 은행등 채권단이 채무기업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은행이 책임지고 채무기업을 관리할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강구중이다. (정규재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