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묘지법률 개정] 좁은 국토 한계 극복 고육책 .. 의미

정부의 이번 법개정은 묘지로 덮여가는 국토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뜻이다. 96년말 현재 전국의 묘지면적은 9백89평방km(2억9천6백70만평). 전국토의 1%에 해당한다. 이는 서울시 전체면적의 1.6배 크기다. 전국 공장면적의 3배나 된다. 여기에 매년 3백만평규모의 묘지가 새로 생기고 있다. 해마다 여의도의 3배가 넘는 땅이 묘지로 사라진다는 얘기다. 전국토에 묘지가 눈덩이 처럼 늘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묘지급증으로 수도권지역은 이미 묘지공급능력이 한계에 달해있다. 전국적으로는 10년내에 묘지로 쓸 땅이 없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법 개정은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란 측면에서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강력반대해왔던 유림에서 조차도 법개정에 동의한 것은 이런 필요성을 절감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이번 개정안에 담겨 있는 골자는 세가지. 첫째는 묘지사용연한의 제한이다. 유림 등에서 가장 강하게 반발했던 항목이기도 하다. 사용연한을 최대 75년간으로 정한 것은 이 기간이 3대정도에 해당한다는 데 근거하고 있다. 유림의 주장은 1백년으로 4대를 유지하자는 것이었다. 또 눈에 띄는 것은 무연고묘지의 정리다. 연고가 없는 묘지의 경우 정부가 납골당으로 이장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것. 현재 전국에 퍼져있는 무연고묘지는 약 8백만기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묘지의 40%에 달하는 숫자다. 무연고묘지를 정리하는 것으로도 전국의 묘지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는 묘지 면적의 축소를 꼽을 수 있다. 현행법에도 묘지면적이 규정돼 있지만 권고사항정도다. 그러나 이번 법개정안에서는 아예 크기를 명문화했을 뿐 아니라 면적도 대폭 축소했다. 사회적 문제가 돼 왔던 일부 부유층의 호화분묘를 강력히 억제하겠다는 생각이다. 세째는 법을 위반했을 경우 강력한 행정조치 및 형사처벌조항을 뒀다는 점. 사용연한이나 크기 등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연간 두차례 총 1천만원의 강제이행금이 부과된다. 강제이행금을 내면서도 법을 계속 위반할 경우 아예 시도지사가 묘지를 이장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고발을 통해 징역 1년 1천만원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했다. 행정적으로나 형사적으로나 동원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있다. 가장 걸리는 것은 국민들의 정서. 선산에 묘지를 썼는데도 75년후에는 조상의 묘를 파내야 한다는 데 국민들이 쉽게 동의할 지 의문이다. 이게 복지부도 가장 고민한 대목인 듯하다. 공청회만 모두 4백40여차례나 열었을 정도다. 복지부는 국민들이 법 개정의 불가피성을 이해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또 처벌조항이 자의적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제이행금을 매기지만 몇회에 걸쳐 부과한 뒤 다음 조치로 넘어갈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시도에 따라 1회만 돈을 내거나 아니면 무한정 내야 하는 불균형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강제이행금 부과뒤 어떤 조치를 내릴 것인가가 확실치 않다. 대행권을 행사할 것인지 아니면 고발조치를 할 것인지가 명확치 않고 또 고발한 다음에 대행권을 행사할 것인지도 명문화가 않됐다. 결국 시도지사에게 많은 자율권을 준 셈이지만 자의적 해석으로 법 집행에 혼란이 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