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4일자) 장기채 활성화 필요하다

최근들어 적지 않은 대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진 까닭으로 경기침체에 따른 과잉설비, 시장개방으로 인한 경쟁심화, 높은 부채비율 등이 흔히 지적된다. 그러나 이외에도 우리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장기차입에 비해 단기차입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불안정하다는 데에도 상당한 원인이 있다. 때문에 보다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이뤄질수 있도록 채권시장의 조기개방 등 장기채시장의 활성화 방안을 서둘러 강구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장기채시장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복합적이며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장기채시장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은 장기채권의 수급및 거래부진,비효율적인 유통구조, 채권시장 하부구조의 미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등이 꼽힌다. 이중에서 당면과제를 크게 거시경제과제와 미시경제과제로 나눌 경우 가장 먼저 꼽을수 있는 거시경제과제로는 물가안정 국제수지균형및 재정정상화를 들수 있다. 물가안정이 안되면 시중금리의 하향안정및 장단기 자금수급균형을 기대할수 없으며 따라서 장기채수요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시중금리를 하향안정 시키기 위해 금융당국이 시장에 개입한 결과 국공채 발행시장의 왜곡, 장단기금리의 역전현상, 장단기 자금수급의 불일치 등과 같은 시장 왜곡현상이 심화되었다. 또한 만성적인 경상수지적자가 개선되지 않는한 지속적인 초과자금수요로 인한 금리상승압박이 계속될 것이며 정책금융을 재정에서 흡수하지 않으면 금융시장의 왜곡현상을 근절시키기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거시경제과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수 없으며 미시경제 과제와도 서로 얽혀 있는 만큼 동시다발적인 해결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미시경제 과제로는 시장자율적인 실세금리의 결정및 보다 과감한 채권시장개방을 가장 먼저 꼽을수 있다. 증권시장이 고도로 발달된 미국에서도 만기 10년 이상의 장기채로는 국공채와 주택저당채권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우리도 사회간접자본 확충, 환경보호, 복지강화, 통일대비 등을 목적으로 한 국공채발행은 타당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문제는 이들 국공채의 발행금리가 비현실적으로 낮고 대출금리가 정책적으로 낮게 조정되는 금융왜곡 현상이다. 따라서 시장자율적인 실세금리의 결정 메커니즘이 정착돼야 한다. 아울러 국공채발행이 민간기업의 자금수급을 교란하는 부작용이 없도록 채권시장이 일정부분 개방돼야 한다. 대신 채권시장개방이 금리 통화 환율 국제수지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유의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주택저당채권이나 표지어음처럼 발행채권을 집합시킨 뒤 표준화함으로써 국공채 발행종목을 단순화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 이밖에도 채권 딜러양성, 지표금리개발, 파생금융상품 도입, 신용등급 판정기구설립, 등의 대책도 동시에 추진돼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