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2일자) '퇴출제도 개선'에 바란다
입력
수정
기업퇴출 관련제도의 개선법안이 빠르면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재정경제원 관계자는 지난 19일 기업퇴출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회사정리법 파산법 화의법 등을 회사정리법으로 통폐합하고 외국인에게도 적대적인 인수.합병(M&A)을 허용하며 공개매수 요건을 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기업들이 쉽게 퇴출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부터 있었으며 새로운 얘기는 전혀 아니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부도유예협약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기아사태에서 보듯이 문제기업의 정리가 지지부진한 이 시점에서 퇴출제도 개선계획이 발표된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하겠다. 우리는 지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경제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시장효율을 향상시킨다는 뜻에서 기본적으로 정부의 제도개선계획을 지지한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정부가 이번 퇴출제도개선 및 M&A 활성화조치를 기아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의 하나로 삼기 위해 졸속으로 밀어붙여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두가지 점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한다. 하나는 경영부실에 상응하는 부실책임을 추궁하겠다는 점이다. 기아자동차의 김선홍회장 사퇴문제를 둘러싼 그동안의 진통을 연상시키는 이 대목은 지극히 당연한 내용으로 들리지만 실효성은 장담할 수 없다고 본다 원칙적으로 부실기업이 부도가 나면 당좌거래가 정지되고 회생가능성이 있으면 법원이 재산보전 및 법정관리를 결정하는 대신 대주주 지분을 소각처분 한다. 따라서 경영책임을 묻는 것은 부실기업을 부도내면 간단하지만, 최근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가능한한 기업을 살리려다 보니 이러한 문제가 불거지게됐다. 하지만 기아문제의 진통은 삼성의 자동차산업 진출허용때 정부의 불투명한 태도, 삼성의 기아 M&A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등의 영향도 크며 꼭 법규미비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는 점을 지적해둔다. 또 하나는 외국인의 적대적인 M&A를 허용하는 문제다. 외국인이 국내투자자를 앞세워 적대적인 M&A를 추진한 미도파의 경우에서 보듯이 적대적인 M&A를 허용하고 않고는 별로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일단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무질서한 M&A 및 경영권방어를 위한 지나친 자원낭비를 막기 위해서도 먼저 M&A 추진여건을 서둘러 투명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면 불성실공시에 대한 처벌강화, 역외 펀드의 불투명한 자금원 정비, 제3자와의 공동목적 유무에 대한 신속한 판정 등이 시급히 보완돼야 하겠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사모전환사채(CB), 신주인수조건부 채권(BW) 등의 발행허용도 객관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창업주들의 경영권방어를 위한 수단을 허용하는 것은 좋지만 경영권향방이 걸린 민감한 시점에서 뚜렷한 기준없이 사모 사채가 발행된다면 커다란 분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