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톱] 기아 어음 할인 중단 .. 협력업체 연쇄도산 우려

기아가 발행한 어음에 대한 은행들의 할인이 사실상 중단돼 6천여개에 달하는 기아협력업체들의 연쇄도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기아측은 이같은 사태를 막기위해 당좌수표 발행등을 통해 긴급히 자금조달에 나섰지만 은행들이 이를 부도처리, 자금조달에 실패했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이날 각 영업점에 보낸 전자메일을 통해 기아계열사가 발행한 어음의 할인취급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일반 시중은행들도 공문이나 구두지시를 통해 기아어음 할인을 최대한 억제하도록 영업점에 통보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자금회수가 어려워질 것이 분명해 어음할인을 자제토록 하고 있다"며 "여신거래약관은 어음발행기업의 신용도가 극도로 악화됐을 때 환매청구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자칫 공멸을 초래할 수 있어 이것만은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보증기금도 사실상 이날부터 기아협력업체들이 보유한 기아어음에 대한 특례보증을 중단했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1백% 대위변제가 확실한 상황에서 신용보증서를 발급하는 것은 배임죄에 해당될 수도 있다"며 "화의조건이 확정될 때까지는 특례보증을 취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에 부도유예가 적용된 지난 7월15일이후 9월20일까지 은행들의 기아진성어음 할인규모는 모두 3천7백90억원이며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취급금액은 5백49억원이다. 이같이 금융기관들이 기아협력업체들의 자금줄을 죄자 기아전자는 자사가 발행한 당좌수표를 입금시키는 방식으로 20억원의 당좌수표를 교환에 회부,자금조달을 시도했다. 그러나 당좌개설은행인 조흥 신한 제일은행 등은 7월15일 현재의 한도내에서는 당좌대출을 회전해주기로 한 1차대표자회의의 약정을 기아가 악용하고 있다며 이를 부도처리했다. 관계자들은 "기아협력업체들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한 연쇄도산은 불가피하다"며 강도높은 지원책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제일 산업 조흥 서울은행 등 기아그룹 주요채권은행은 오는 26일은행장 회의를 열고 기아의 화의신청 동의여부를 최종결론짓기로 했다. 이에 앞서 은행 종합금융사 등 15~20개 채권금융기관 실무임원들은 24일오후 2시 제일은행 회의실에서 운영위원회를 열고 기아 화의에 대한 각 금융기관의 의견을 모을 계획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