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진정 용감한 사람들..이상철 <한통프리텔 사장>

미국 시카고의 에이즈 백신을 연구하는 의사들이 백신 개발을 위해 살아 있는 에이즈 바이러스를 자신들의 몸속에 투입하는 인간 모르모트를 자원하고나섰다고 한다. 여태까지는 원숭이 등 동물에 대해서만 실험하던 것을 실험시간을 줄이기 위해, 어찌 보면 자칫 자살행위가 될지도 모르는 길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그들은 "매일 1천명의 에이즈 감염 어린이가 태어난다"는 짧고도 감동적인 말로 대신했다. 또 어느 신문에선가는 "나는 테레사 수녀를 미워한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나환자 손에 입을 맞추고 누워 있는 거지의 곪은 상처속의 구더기를 꺼내는 등 자기는 못하는 일들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하는 그녀가 본인과는 하늘과 땅처럼 너무나 달라서 밉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분들은 모두 "어떤 특수한 직업의식에서, 또는 아무도 따라갈 수 없는 성인이기 때문에"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 어떤 부부가 신혼여행을 못간 것이 한이 되어 25년간 모은 2백50만원이라는 돈을 불우한 소년가장을 위해 쾌척했다는 사실이 보도된바 있다. 그들은 직업의식이 투철한 것도, 성인도 아닌데 과연 어떻게 해서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지금 세간에는 대권이라는 지상목표를 위해 말 바꾸기, 합종연횡, 온갖 악성루머 퍼뜨리기 등이 횡행하고 있다고 한다. 언론에서는 오히려 한술 더 떠서 그러한 것들을 더 조장하는 듯한 각종 소설과 뒷 얘기들로 매체를 가득 채운다. 그러나 지금 우리 국민이 바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그런 대권에만 집착하는 사람이 아닌 진정 "용감한 사람"이다. 국민의 행복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몸을 바칠 수 있는 사람, 아니 적어도 25년간 어렵게 모은 신혼여행비를 남을 위해 쉽게 버릴 줄 아는 정도의 마음을 비울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마음을 비우는 자, 살신성인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옛 말이 틀리지 않음을 배워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