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최전선] 한일합섬 여성캐주얼 '앙띰'..유행따라잡기

대기업은 여성캐주얼 사업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게 정설이다. 여성복 사업을 하려면 유행에 기민하게 대응해야하는데 톱니바퀴처럼 체계적으로 돌아가는 대기업의 체질상 시시각각 변화하는 패션트렌드를 따라잡기 어렵다는게 그 이유다. 하지만 한일합섬의 신세대여성캐주얼 "앙띰"은 이같은 업계의 통설을 정면으로 부인한다. 올들어 앙띰의 매출신장률은 1백50%. 지난해 98억원에 불과했던 판매규모가 올해는 2백50억원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 전체 매출규모가 큰 것은 아니지만 경기침체를 감안하면 엄청난 신장세다. 강한 히트예감을 낳고 있는 앙띰의 비결은 제품납기단축과 일일행낭제 그리고 광고의 차별화. 대기업이 여성캐주얼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든 최대요인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제때제때 내놓지 못하는 것이었다. 한일합섬은 이에따라 납기단축을 성공의 관건으로 판단했다. 이를위해 우선 10여개에 이르던 하청업체수를 5개로 줄여 이들에게 생산물량을 몰아주었다. 많은 물량을 받게 된 하청업체들은 앙띰전용라인을 구축함으로써 한일합섬의 계열사가 되다시피했다. 이에따라 한일합섬은 언제라도 특정 품목의 생산을 늘리고 줄일수 있게 돼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제때에 공급하고 있다. 전용라인덕에 품질관리도 수월해져 품질향상효과도 얻었다. 패션 트렌드의 변화에 즉시 대응할 수있도록 업무결재라인도 반으로 줄였다. 전에는 담당자에서 임원까지 5~6단계였으나 지금은 담당자-부서장의 2~3단계에 불과하다. 하청업체의 준계열화와 결재라인축소로 전에는 20~30일씩 걸리던 주문에서 대리점납품까지의 기간이 10일내외로 줄었다. 여성캐주얼은 유행에 민감하기에 시기를 놓치면 팔리지 않는다. 앙띰은 납기단축으로 이 시기를 놓치지 않음으로써 성공의 기반을 다진 셈이다. 일일행낭제는 단골고객을 잡고 제품이미지를 높이기위한 전략. 전국의 대리점에 들어오는 고객들의 교환요구및 수선제품들을 행낭에 담아 하루에 한번씩 공장으로 보내는 제도로 고객불만을 신속하게 처리해주고 있다. 이 행낭제로 전에는 보름이상 걸리던 제품수선및 교환기일이 5~7일로 단축됐다. 독특한 광고전략도 주효했다. 광고는 앙띰여우와 앙띰천사라는 상반된 컨셉트를 설정, 여자의 마음속에 있는 "여우와 천사"의 이중심리를 터치했다. 성지광고기획이 만든 이 광고는 신세대여성의 심리를 잘 건드려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모델은 홍콩의 인기여배우 양채니를 기용하는 차별화전략을 썼다. 소비자들이 여러 제품에 중복 출연하는 국내모델들에 식상해 있던 터라 이 외국인 모델전략은 제품의 참신성을 부각하는 효과를 냈다. 이같은 광고컨셉트와 모델전략과 함께 집중노출전략을 구사,매체와 광고시간대를 한 곳으로 몰았다. 올해 신제품이 출시된 지난 3월에 맞춰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동안 연간 광고예산의 60%(11억원)를 투입하고 매체는 TV만 이용하고 있다. 광고방영은 토요일과 일요일로 국한, 적은 비용으로 큰 광고효과를 거두었다. 앙띰은 유행에 민감한 여성캐주얼 시장에서 대기업도 성공할수 있음을 보여주는 케이스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