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주평] '파더스 데이' .. 두 남자의 부성애 따뜻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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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년전 사귀던 여자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 "내가 당신 아들을 키우고있다"고 말하면 남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랑하는 아내와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는 사람이라면 이 일이 불러일으킬 풍파를 생각하며 회피하려 할 것이고 가족도 가정도 없이 떠돌이처럼 살아온 (그리고 그런 생활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뜻밖의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 반가워하지 않을까. 워너 브라더스의 새 영화 "파더스 데이" (감독 아이반 라이트만)는 이런 웃지 못할 상황에서 출발한다. 출연진은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로빈 윌리암스, 빌리 크리스탈, 그리고 나스타샤 킨스키. 나스타샤 킨스키는 가출한 아들을 찾기 위해 예전에 알던 남자들에게 "당신이 진짜 아버지"라고 말한다. 자살을 꿈꾸던 극작가 로빈 윌리암스는 이 말에 반색하고 변호사 빌리 크리스탈은 일단 부인하지만 결국엔 둘다 생업까지 팽개치고 아들찾기에 나선다. "두 아버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네바다주 리노, 그리고 LA까지 아들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 현재의 부모에게 그를 돌려보낸다.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의 원천은 "거짓일수 있다"는 의구심을 꾹꾹 누르며 두 남자가 보여주는 부성애. 발가락 모양, 머리카락의 곱슬 정도, 그리고 비행기안에서 보이는 고소공포증에서조차 자기와 닮은 점을 찾으려 애쓴다. 모든 것이 아버지와 싸우고 가출한 아들을 찾으려는 엄마의 계략이었다는 게 드러난 뒤에도 그들은 "진짜 아버지는 당신"이라는 뻔한 거짓말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이들의 집착과 흐뭇해하는 모습을 어리석다고 탓할 수도 있지만 "비록 허위일지라도 사람에게 희망과 의욕을 줄수 있다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남긴다. 이 영화는 같은 내용의 프랑스영화"아버지들"의 리메이크판. 개인주의와 가정의 해체가 심각한 수준인 미국과 유럽에서도 부자관계는 여전히 매력적인 주제인 듯하다. 10월3일 개봉.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