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바이블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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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기누설만큼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말도 달리 없을 것이다. 세상이 뒤숭숭하고 앞날이 불투명할수록 "천기"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지게 마련이다. 이 분야에서 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많은 도참서들이 즐비한국내 서점가에 최근 성경속 암호 해독 보고서 라는 "바이블 코드"가 번역 출간돼 국내 독자들에게도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PC통신 등에는 바이블 코드의 진위여부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인터넷에는 바이블 코드 해독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상술까지 판치기에 이르렀으니 그냥 세기말적 현상의 하나로 치부하기도 꺼림칙하다. 저널리스트 출신의 마이클 드로스닌이 쓴 이 책은 미국에서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불꽃튀는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2차대전 발발, 히로시마 원폭투하, 인간의 달 착륙, 걸프전 등 역사적 사건들은 물론 케네디 암살, 워터게이트 사건,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 암살, 일본 옴진리교의 독가스 살포 등 수많은 정치.사회적 사건들의 발생시점과 주요 관련 인물은 물론 최종 결말에 이르기까지 성서는 훤히 내다보고 있었다는 주장이니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성경 암호해독법은 나름대로의 과학적 논리를 끌어대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엇비슷한 주장보다 한층 흥미롭다. 헤브루어 "모세 5경"의 30만4천8백5개 글자 간격을 모두 없애 일렬로 늘어놓으면 컴퓨터는 일정한 배열에 따라 이름 단어 문구를 찾아내고 이 글자들의 조합에 고난도 컴퓨터 프로그램을 적용해 암호의 의미를 규명해내는 식이다. 인류의 미래와 관련해 이 책이 관심을 끄는 대목은 성서가 21세기초반 미국 로스앤젤레스 대지진 가능성을 비롯 전우주적 지진과 인류 최후의 핵전쟁을 경고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바이블 코드의 실재여부를 떠나 성경에서 예언하고 있다는 사건들의 실제 결과는 우리 인간의 행위 여하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이다. 모든 예언들이 그렇듯 성경의 예언 역시 하나의 가능성으로 이해하고 이에 대비하는 인간의 노력을 강조한 것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