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사면/복권] 경제살리기 위한 "사기진작" .. 의미

재벌 총수 6명을 포함한 경제인 23명에 대한 정부의 개천절 특사조치는 기업인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불황의 터널에 빠져있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죄는 밉되 그동안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점을 높이 사 전과자의 "멍에"를 벗겨주고 대신 나라 경제 중흥의 책무를 떠맡긴다는 포석으로 받아들여진다. 김종구 법무부장관은 "김영삼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이 징역형의 굴레를 쓰고 기업을 경영하기에는 운신의 폭이 좁고 대외적 신용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 사면을 단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액면대로 받아들이면 기업인들에게 경제회생의 견인차 역할을 다시한번 주겠다는 뜻이다. 이번 특사조치로 기업인 23명중 현대상선 탈세사건에 연루됐던 문종숙 전현대상선 전산부 대리를 제외한 22명에 대해 특별복권 조치까지 포함됨으로써 모든 기본권을 회복하는 은전을 누리게 됐다. 사면복권 대상자중 주요인사들의 범죄내용을 보면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은 상용차 사업추진과 관련, 최고액수인 2백50억원의 뇌물을 노태우 전대통령에게 전달했으나 이중 1백억원만이 뇌물로 인정돼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3년이 선고돼 형이 확정됐다.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은 앞으로 시행될 국책사업이나 사업운용상 선처를 제공해 달라는 취지로 노씨에게 1백50억원을 제공해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형이 확정됐다. 이밖에 최원석 동아그룹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장진호 진로그룹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이준용 대림그룹회장은 1심에서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 김준기 동부그룹회장은 1심에서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2년의 형이 각각 확정됐었다. 그렇지만 문민정부가 역사 바로 세우기를 내걸고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과 기업인들을 단죄한 지 얼마 안돼 기업인만을 사면 복권시킴으로써 문민개혁은 완전히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기업인들에게 면죄부를 다시 부여함으로써 기업은 영원하고 권력은 한시적이라는 말을 재입증하게 됐다. 여권과 야권에서는 이번 기업인 사면 복권 조치로 전.노씨의 사면도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있으며 그 시기를 청와대가 저울질하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의 지지율이 상승기미를 보이지 않을 경우 TK(대구 경북)표를 의식해 전.노씨 사면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는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시점에서 개천절 특사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특히 야권에서 이번 특사를 12월의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