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역건설업계] (2) '대전/충남' .. '연쇄 도산'
입력
수정
한때 대전지역 최고의 건설업체로 자리매김해 온 영진건설이 최근 회사간판을 내렸다. 이 회사는 지난 90년초반까지만해도 순풍에 돛을 단듯 잘 나가던 기업이었다. 최근 무리하게 급가속 페달을 밟은 것이 부도의 원인이 됐다. 골프장 건설붐이 한창이던 지난 90년대초 충남 연기군에 1천억원대를 투입해 27홀규모의 엑스포골프장을 건설하면서 회사가 휘청대기 시작했다. 막대한 공사대금을 차입해 무리한 공사를 진행했으나 회원권 분양이 안돼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95년7월 부도를 낸 것이다. 지역민들이 2년여동안 다방면으로 회사를 살리기위해의 노력했으나 끝내 문을 닫아야만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기업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4월 지역중견건설업체인 서우주택도 부도를 냈다. 자금력이 없으면서도 대전시 중구 목동에 "한사랑아파트" 9백40여가구의 아파트분양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화근이 됐다. 서우는 특히 한사랑아파트 분양대금 7백55억원 가운데 이미 중도금으로 받은 4백60억여원을 다른 용도로 전용까지 했다. 중견기업들의 부도로 이들 기업에 보증을 서준 건설업체들이 부도소문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 도산까지 하는 업체도 있다. 실제로 성실시공으로 성장해온 복음종합건설은 서우의 한사랑아파트 공사에75억여원 상당의 보증을 섰다가 보증회사 부도 한달만인 올 5월 쓰러졌다. 또 노아건설 등 부도난 기업에 보증을 섰던 지역건설업체들이 아직까지 부도소문에 휘말려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금융기관들이 지역건설업체에대한 담보요건을 강화하고 추가대출을 기피하고 있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사채시장에서 자금을 빌려쓰기도 쉽지 않다. 금융 및 사채를 쓴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건설업체 관계자는 하소연한다. 이처럼 지역건설업체들이 어렵다보니 공사발주자도 지역업체를 외면하고있다. 지역공사물량 대부분이 수도권 대형업체에 돌아가고 있다. 지역업체들이 빈사상태에서 헤매고 있는 상황이다. 부도비율을 보면 사태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지난 95년 33.1%였던 부도비율이 96년 21.4.%로 줄었다가 올들어 지난 7월까지 27.2%로 다시 증가했다. 이는 도소매업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부도업체수도 지난 94년 84개, 95년 96개로 늘었다가 96년 75개로 줄었는데올해 7월까지 76개로 또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88년 30개에 불과했던 건설업체수가 89년 63개, 95년 1백88개, 96년 2백36개, 올 9월 현재 2백48개로 급증한데 원인이 있다. 이는 수주액 감소로 나타나 94년 2조4백억원, 95년 1조9천7백억원, 96년 2조4천억원으로 업체별 평균수주액이 94년 1백10억원 95년90억원, 96년 80억원대로 감소했다. 이원보 대한건협 대전광역시회장은 "건설업 중심의 대전충남지역 경제가 최근들어 건설업체의 잇따른 도산으로 지역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건설경기의 활성화없이 지역경제를 회생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대전지역은 타지역과 달리 건설경기의 침체가 곧바로 지역경제 침체로 나타난다는 것. 때문에 건설경기 회복이 필수적인데 지역공사를 지역업체에 맡기는 발주기관의 지원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와함께 지역업체들간에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기술 및 공법개발을 위한 협력도 필요하다. 이밖에 건설업체가 무질서하게 양산되지 못하도록 하고 담합규제 등 건설시장을 무질서하게 만드는 모든 행위를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운암건설 정기연 사장은 "지역건설업체들의 시따른 도산과 수도권 지역대형업체들의 진출로 지역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지역 업체들이공동발전을 위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