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패밀리 세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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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들었거나 또는 정신적으로 괴로울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가족이다. 가족들에게 위로를 받거나 마음을 터놓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병이나 그와 유사한 정신적 병을 치료하는 데는 병원만이 전부는 아니다. 심지어 우리가 평소 가까이 했던 애완동물까지도 우리를 치료해줄수 있는 병원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선진국들에서 애니멀 세라피(동물 매개 치료법)라는 분야가 눈길을 끄는 것도 그같은 이유이다. 애완동물이 우리에게 치료효과를 주는 것은 서로간 공생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가장 으뜸가는 애완동물인 개만 해도 인간과의 관계는 2만내지 5만년까지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개의 인간에 대한 충성심이 공생관계를 유지시켜온 끈끈한 유대이다. 사람이 사람들속에서 느끼는 소외감을 메워주고 있는 것이다. 개를 사랑하며 함께 생활하는 것 만으로도 정신분열증 조울증 자폐증 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애완동물은 개뿐 아니라 고양이 말 토끼 닭 등 종류가 다양하다. 하지만 인간질병에 대한 애완동물들의 치료효과는 과학적이기 보다는 심증적이다. 데이터가 부족하여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심증에 머물고 있다고는 해도 애니멀 세라피는 무시할수 없다. 그렇다고 하면 인간과 인간사이의 접촉에 의한 심리적 치료효과는 더욱 무시할수 없을 것이다. 애니멀 세라피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패밀리 세라피가 아주 소중하게 떠오르는 연유이다. 가족간의 행복한 관계와 질병간에는 상당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들이 많다. 하버드대학 졸업생들을 50대가 될때까지 30년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정적으로 불행했던 10명중 7명은 이미 사망했거나 중병에 걸려 있는데 비해 가정환경이 좋았던 13명은 단지 1명만이 죽었다는 것이다. 또한 유치원생들을 조사한 결과 부모들의 이혼 등 가족스트레스가 많은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 보다 병원입원율이 6배나 높다고 한다. 정부는 현재 공무원에게만 실시하고 있는 가족간호제를 여성근로자에게 까지 확대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좋은 착상이다. 다만 부담이 문제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