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향방] "화의냐 법정관리냐" .. 6일 통첩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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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의와 법정관리중 한가지를 선택하라"는 채권단의 통첩시한이 6일로 다가옴에 따라 기아그룹의 향방이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로선 기아그룹과 채권단 모두 기존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정작 6일이 돼도 사태가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즉 화의를 강행하려는 기아와 법정관리를 요구하는 채권단의 주장이 팽팽히맞선 가운데 기아가 자체자금만으로 기업을 꾸려가는 형국이 당분간 지속될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특히 "기아가 화의를 고수하더라도 채권단이 먼저 법정관리를 신청하지는 않겠다"(류시열 제일은행장)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기아가 공장가동 중단 등으로 "백기"를 들지 않는한 현재의 상태가 계속될 전망이다. 기아가 화의를 강행할 경우 그에대한 동의여부는 개별 채권금융기관이 알아서 할 문제라는게 채권단의 입장이다. 그러나 제일 산업 조흥 등 주요 채권은행들은 화의동의에 대한 법원의 문의가 올 경우 화의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쪽으로 방침을 정해 사실상 법정관리방침에 변화가 없다. 채권단이 이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기아가 화의를 고수한다고 해도 결국엔 스스로 법정관리를 신청할수 밖에 없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자체자금만으로 기업을 운영하는데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협력업체 자금결제지연 협력업체 연쇄도산 납품차질 공장가동중단 백기선언 법정관리신청"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의 자금수급이 벌써부터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고 보면 이달을 버티기도힘들다는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실제 기아는 지난2일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에 "화의추진시 자금수급계획"이란 보고서를 냈으나 은행측은 현실성 없는 계획이라고 일축했다. 기아는 이 보고서에서 기아자동차의 월평균 수금액이 5천억원이며 이중협력사 자재대금으로 4천억원이 지급되고 있고 수입대금 제조경비 제세금인건비 등으로 1천5백억원이 나가고 있으나 협력회사에 대한 어음환매요청으로 협력회사가 연쇄도산 위기에 직면, 자금지원이 없는한 공장가동에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이에 대해 기아자동차 정상화를 위해선 당장 4천억원이 필요하며협력업체의 납품지연으로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의 가동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자동차 국내판매실적도 지난 8월 4만2천대에서 지난달에는 3만2천대로 줄고 있는 점을 들어 "기아의 한계는 잘해야 보름"이라는 반응을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아는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9개 계열사를 순차적으로 법정관리로 변경 신청한뒤 버티기를 시도하겠지만 결국엔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도 법정관리를 밟을 것으로 채권단은 보고 있다. 그러나 변수가 없는건 아니다. 종금사와 일부 채권은행들은 연말결산 등을 위해서라도 채권회수가 가능한 화의동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 정치권에서 화의가 낫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상황은 유동적이다. 특히 집권당인 신한국당이 화의주장을 공식화할 경우 정치권의 눈치를 볼수 밖에 없는 은행들의 속성상 화의쪽으로 급속히 기울 가능성도 배제할수없다. 이 과정에서 "김선홍 회장 퇴진을 전제로한 화의동의"를 정치권이 중재안으로 내놓는다면 기아자동차의 화의는 대세로 굳어질수도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