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스토리] '화폐 색상 (2)' .. 각국 국민성/민족성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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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도안에 사용된 색상에도 각국의 국민성과 민족성이 나타나고 있으며 사회상의 변화도 엿볼수 있다. 우선 기축통화로 불리는 미국 달러화는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권종(액면)에 관계없이 앞면은 약간 검은색이 섞인 녹색, 뒷면은 전부 녹색으로 돼있다. 미국 달러화가 그린백(Green Back)으로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달러화 지폐는 기본색상 외에 어떠한 색상의 변화도 없는 단순한 형태로 1920년대이후 지금까지 똑같다. 역시 화폐에 관한한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중인 일본에서는 전권종 공통으로베이지색 용지에 청색(1천엔) 보라색(5천엔) 갈색(1만엔) 계통의 색상을 사용해 단순하고 어두운 느낌을 준다. 그러나 문양을 밝고 화려한 색으로 처리, 전체적으로는 우아하고 품위있는이미지를 전달하는데 손색이 없다. 프랑스는 화려하고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국민성을 반영하듯 지폐색상도 권종별로 밝은 계통의 청색 녹색 갈색 적색 등을 기본색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파스텔톤으로 처리,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화려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발행된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등의 지폐는 종전엔 갈색이나 청색계통의 어두운 색상을 채택했으나 요즘엔 보라색 노랑색 등 밝고 화려한 계통의 색상으로 바꿈으로써 지폐색상의 세계적 변화를 선도하고있다. 한편 유럽통합으로 2002년부터 사용될 예정인 "유러" 은행권(7권종)의 경우도 서로 다른 기본색상을 사용하는 시제품을 선보였는데 가장 높은 액면순으로 회색 적색 남색 오렌지색 녹색 황색 자주색 등 밝고 화려한 색조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1980년대들어 개방정책 등 경제개혁을 추진하면서 지폐도 시대조류에맞게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현대적인 감각과 함께 전통적인 화려함도 잃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전통색상인 붉은색은 9개 권종중 4개 권종에 기본색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나머지 권종에서도 문양 등을 붉은색으로 표현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향은 같은 문화권인 대만과 홍콩에서도 비슷하다. 한편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지난 94년 새롭게 발행한 지폐는 도안의 주소재인코뿔소 코끼리 사자 물소 표범 등 동물들의 고유색을 기본색상으로 처리하는독특함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사용되는 지폐의 기본색상은 70년대 최초 발행된후 모든권종이 당시의 색상을 유지하고 있는데 천원권은 자색 오천원권은 갈색 만원권은 녹색계통으로 돼 있다. 이 색상들은 60년대 이전보다는 밝아진 것이지만 최근의 외국지폐에 비해서는 다소 어두운 느낌이 남아있다. 색상은 시각적 조형미를 강조하는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도안소재로 취급되고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새로운 지폐를 만들때는 색상의 선택부터 표현방법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조화와 아름다움에 대한 깊은 배려가 요구된다. 특히 신세대의 취향이 새로운 의식과 문화를 선도하는 만큼 지폐색상도 점잖고 중후함만을 고집하기보다는 한국인의 문화예술적 정서를 유지하면서세계적인 변화추세를 가미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