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먼저 다가서는 마음 .. 이종수 <LG산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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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아버지를 소재로 한 문학 작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작품들의 내용을 보면 아버지들이 가정에서 느끼는 소외감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아버지들의 소외감은 무엇일까. 가족 구성원들로부터 느끼는 벽이 아닐까. 자식과는 세대 차이라는 벽, 부부간에는 성격 차이라는 벽 등이 읽는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킨 때문이리라. 가정에 눈돌릴 틈도 없이 앞만 보며 달려온 아버지들은 부부간의 갈등과 세대간의 단절을 불러왔다. 최근 이혼하는 부부가 늘어나고, 가출하는 청소년의 숫자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배경에는 가정에 풀어지지 않는 갈등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의 가정은 남녀가 만나는 데서 출발한다. 서로 다른 성장 배경을 가진 남녀가 한 가정을 이룰 때 서로간에 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원만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의 단점을 이해하고 포용하려는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기업 내에는 생산 영업 관리 등 각 기능 부문들이 있고 이들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고 있음을 간혹 발견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상사와 부하간에도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갈등이 눈에 띄곤 한다. 이러한 갈등은 일처리를 더디게 하고,팀워크에 결정적 저해요인이 된다. 오늘날 조직이 살아 숨쉬게 하고 조직원 서로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는 이들 사람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하관계가 신분상 특권의 유무로 이해되고, 부문간의 기능이 부문 이기주의로 발전되는 예가 흔히 일어난다. 하나의 통합된 조직 문화 속에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유연한 조직으로 바꾸어 나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수한 기업들을 보면 역시 이런 장벽을 극복하는데 조직역량을 모은 기업들임을 알수 있다. 구성원들이 마음을 열고 먼저 다가서려는 자세, 이것이 가정이나 조직에서 문제를 푸는 지혜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