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출판가] 한글날 전후에 '말 사전/소설' 등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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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리자" 한글날을 전후해 우리말과 글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이를 학문적으로 정리한 학술연구서 및 토박이말 사전, 한글창제 과정을 그린 소설 등 한글 관련책이 쏟아졌다. 완역판 "용비어천가" (정인지 외저 이윤석 역 전 2권 솔)와 "이것만 알면 바른글이 보인다" (권오문 저 생각하는백성), "한겨레 말모이"(장승욱 저 하늘연못)에 이어 소설가 안문길씨의 장편 "훈민정음"(자유지성사), 이찬우씨의 "소설 훈민정음" (가람기획) 등이 함께 선보인 것. "용비어천가"는 원본의 한글시 1백25장과 한문시, 시의 의미를 설명한 한문해설, 한문주석 등을 완역한 것. 세정대왕때 훈민정음을 창제한 뒤 정인지 권제 안지 등 집현전 학사들이 만든 것으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조선왕조 창업에 얽힌 사건들을 흥미진진하게 엮은 대서사시. 국어학 분야에서 주로 연구돼온 용비어천가는 한글시 연구에 중요할 뿐만 아니라 고려말~조선초의 사료로도 가치가 높다. 특히 몽골어와 여진어의 우리말 표기를 담고 있어 민속학 연구에도 귀한 자료다. "이것만 알면 바른글이 보인다"는 잘못 쓰기 쉬운 우리말과 피해야 할 외래어 및 일본식 조어 등을 지적하고 바른 글쓰기의 실례를 제시한 지침서. 신문을 대상으로 "영부인" "각하" "과반수 이상" 등 오용사례를 지적했다. 저자는 일본식 조어인 "문민" "민초" "한반도" "십팔번" "간발의 차이""혜존" 등의 어원을 밝혔으며 성경의 번역문구중 "육년을 외삼촌을""나라이 임하시오며" 등 어법에 맞지 않는 부분도 지적했다. 그는 "겹말모음"과 "국어순화자료모음"을 따로 정리해 바른 글쓰기의 방향을 제시했다. "한겨레 말모이"는 순우리말 풀이사전. 토박이말 2만4천여개가 실려 있다. 시인인 저자가 되살려낸 우리말 중에는 "올제" ("내일"은 한자어)"시게전" (곡식파는 가게) "드팀전" (피륙파는 곳) "한습" "하릅"(마소나 개의 한살을 뜻하는 말) 등 무궁무진하다. 이밖에 "갈치와 풀치" "어처구니와 시치미" "가지기와 되모시" 등 재미있는 낱말을 풀어쓴 "우리말 산책" 40편도 읽을거리다. "훈민정음"과 "소설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의 생애와 한글창제에 얽힌 얘기를 엮은 장편소설. 성군 세종의 빛나는 업적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까지 그려 읽는 재미를 더한다.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한글의 우수성이 과학적인 측면과 함께 "사람냄새" 나는 따뜻한 어법으로 그려져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