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창간33돌] 월드기업 : GM .. 21세기 준비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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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스미스 회장 ] 지난 4월 경제주간 포천지를 받아 든 제너럴모터스(GM)본사 직원들 사이에는 가벼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포천은 커버 스토리로 지난해 GM의 매출액이 1천6백83억달러(약 1백40조원)로 미국 기업 중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GM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15.7%라는 조사 결과도 덧붙였다. 지구촌 곳곳에서 굴러다니는 자동차 다섯대 가운데 근 한대 꼴로 GM이 팔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 GM의 임직원들은 불과 4년전인 94년, 포천의 커버스토리를 펴들고는 소태씹은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포천은 "재기에 몸부림치는 세마리의 공룡"이라는 제목과 함께 GM,IBM, 시어즈 로벅 세 초거대기업의 경영 부실을 신랄하게 비판했었다. 사실 당시만 해도 GM으로서는 별로 할 말이 없었다.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 회사는 자동차업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제일의 기업이었다. 생산 규모와 매출액은 물론 수익성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GM은 2위 회사인 포드보다 제품을 두배나 더 생산했고, 제조원가 면에서도 압도적으로 우수하다는 평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90년대에 접어들면서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업체들은 물론 포드에 비해서도 수익성이 뒤지는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80년대 초 50%까지 육박했던 북미 자동차시장 점유율이 30%선으로까지 곤두박질쳤다. 거대 기업에 따라다니는 관료주의적 경영이 GM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여겨질 정도로 경영 상태는 엉망진창이 됐다. 여기에 걸핏하면 터져나오는 노조의 파업사태도 경영 골칫거리로 GM을 괴롭혔다. 한마디로 GM의 위기는 특정한 어떤 계기에 의해 초래된 것이 아니라,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서서히 누적된 것이었다. 마침내 80년대 후반부터 GM은 큰 폭의 적자를 보는 "공룡"으로 전락해갔다. GM의 경영 역전 드라마는 92년 존 스미스 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실마리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시골 아이스크림 가게 점원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 말단 회계사로 입사해 세계 최대기업의 회장 자리에까지 올라선 스미스는 회장 취임식에서 "앞으로 GM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취임 직후 가장 먼저 "관료주의와의 전쟁"부터 선포했다. 조직의 군살을 빼고 대대적인 개편에 나서는 등 감량경영을 단행했다. 스미스 회장은 아웃소싱 등을 통해 저비용을 강조하며 대대적인 리스트럭처링(경영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이 가운데서도 그가 특히 주력한 것은 통일성의 제고였다. 자동차 디자인에서부터 엔지니어링, 부품 구매 등 자동차 생산의 전 과정에서 시스템과 부품을 통일화, 업무 효율성을 높이자는 목적에서였다. 그러나 수출용 승용차의 경우는 현지 소비자의 특성을 최대한 반영하는 신축적인 생산 시스템을 운용하는 등 시장 상황에 맞춘 유연한 경영전략 수립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삼아 모든 정책을 결정하는 현실적인 전략을 추진하는 한편 "종업원도 내부 고객"이라는 개념을 도입, 노사협력 분위기를 다지는 데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회사 경영에 대한 종업원의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회사 경영진도 종업원들의 입장을 평소에 충분히 파악한다는 취지 아래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대폭 확충했다. 디트로이트 본사를 비롯 전 미국내 1백20여개 공장마다 인력센터를 설립해 25만명의 종업원들에 대한 정기 교육을 연례화했다. 스미스 회장의 GM은 이같은 사전 정지 작업을 거친 뒤 안마당인 북미시장을넘어선 "세계화 전략"에 본격 재시동을 걸었다. 아시아 유럽 중남미 등 해외 곳곳에 생산 및 판매거점을 재구축해 나갔다. 그 결과 자동차 매출에서 해외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을 37%(3백10만대)로 높였다. "세계의 GM"으로서 면모를 다시 갖추어 나갔다. GM은 이 비율을 오는 2000년까지 5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발전계획에 맞춰 아르헨티나 브라질 폴란드 태국 등에 자동차 공장을 건설중이다. 지난 6월에는 중국의 상하이자동차산업공사(SAIC)와 15억7천만달러 규모의 합작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GM은 이 중국 합작공장에서 올 연말부터 2종의 "뷰익" 모델을 생산, 21세기최대 자동차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중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이와 함께 오는 99년부터 브라질에서 저가의 미니승용차도 생산키로 했다. 이같은 대규모 해외투자와 함께 GM이 주력하고 있는 것은 연구 개발(R&D)이다. GM이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하고 있는 R&D 비용은 지난 94년 69억달러에서 95년에는 82억달러, 작년에는 89억달러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GM의 이같은 R&D 투자 규모는 한국 상위 10대 기업 전체 R&D 투자액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세계 기업의 제왕"으로서 GM의 야망은 이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최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전기자동차는 GM이 "21세기 패권 유지"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차세대 상품이다. 공해배출 기준에 대한 세계적인 규제 강화 추세와 석유자원의 고갈 등을 감안할 때 전기자동차에서의 우위 확보 여부가 세계 자동차업계 내 위상을 좌우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GM은 이미 지난해 세계 최초의 본격 전기자동차 모델을 내놓았다. 할리우드의 최고 인기배우들이 몰고 나온 스포츠 쿠페형 "EV 1"은 관객들의감탄을 연발시키면서 세계 자동차시장을 향해 진군 나팔을 울렸다. 이 전기자동차는 자동차 혁명을 선도하려는 GM 의지의 산물이자 첨단기술의결합체다. GM의 첨단 기술개발 행군은 끝이 없다. 최근 디트로이트의 동료 업체인 크라이슬러와 2년간의 공동 개발기간을 정해 신종 전기자동차를 개발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이 자동차는 가솔린이 수소로 전환되면서 연료전지가 수소를 이용, 전기를 생산해 연료로 사용토록 한다는 개념아래 개발되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엄격한 대기오염 방지 규정에 맞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회사 경영이 다시 안정을 되찾으면서 GM은 또다른 경영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공장 인력 재배치와 효율적인 사업구조 재편이라는 제2의 경영구조 혁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90년대 초반의 대대적인 감량 경영에 시달려야 했던 노조측의 반발이 간단치는 않다. "최저의 비용으로 최고의 효율성을 달성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스미스 회장의 경영 신념이 이번에도 꽃을 피워낼 것인지 디트로이트는 주목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