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창간33돌] (세미나) '기업루머 실태'..발표 1

한국경제신문사가 새사옥 준공및 창간 33주년을 기념해 한국 PR협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기업루머 실태와 대책 세미나"가 14일 오후 본사 다산홀에서 기업체 관계자 등 2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기업루머가 어떻게 형성, 확산되는지와 루머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됐다. 이날 주제발표문을 요약한다. ======================================================================= [ 기업루머의 생성과 확산 ] 김현주 한보와 기아의 부도로 금융시장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우후죽순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루머는 기업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루머에 한번 휘말리면 기업은 주식값의 폭락은 물론이고 금융권에서 집중적으로 자금회수에 나섬으로써 헤어나기 힘든 질곡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물론 우리경제의 구조적 취약으로 인한 경쟁력의 약화,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지못한데 따른 총체적인 불안감에서 비롯된다. 증권감독원과 검찰이 루머단속에 착수했지만 루머의 속성상 차단이 쉽지않다. 루머라는 커뮤니케이션 왜곡 현상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효율적인 대응방안이 찾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유언비어에 해당하는 루머는 진원지가 불분명하지만 나름대로 근거를 가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전달범위가 넓다. 또 대개의 경우 긍정적인 내용보다는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도 루머가 급격하게 확산되는 이유중의 하나이다. 부정적인 결과와 루머에 대한 다양한 대응책에도 불구하고 루머의 사회적 수요가 항상 존재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구성원들의 정보욕구를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루머는 루머생산자와 루머소비자 사이의 1대1 관계에서 생성 확산되는 경우보다는 다단계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각 단계마다 루머소비자는 다음 단계에서는 루머생산자의 역할을 하면서 루머의 도달범위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게 된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루머는 항상 변형될 가능성을 안고 있고 전달 경로가 길수록 변형의 정도는 더 커진다. 일반적으로 루머의 생성과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상황, 송신자(루머생산자), 메시지, 전달 채널, 수용자(루머소비자) 요인이 거론되고 있다. 상황요인으로는 불확실성이 높고 공식 채널의 힘이 약할수록, 송신자 요인으로는 루머 전달자의 공신력이 높을수록, 메시지 요인으로는 이슈가 중요하고 루머내용이 사실적이고 루머내용이 부정적일수록, 채널요인으로는 전달 매체의 공신력이 높을수록, 그리고 수용자요인으로는 불안감이 높고 이슈에 대한 개인적 관심도가 높을수록 루머의 확산이 빠르다. 현재 우리 기업들이 처한 환경적 요인과 우리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구조는루머가 활동하기에 매우 적합한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 경제위기에 따른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지만 정부 당국과 같은 공식채널은 효율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연줄망과 같은 비공식 채널이 발달한 우리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언론의 경쟁적 특종주의,선정주의적 보도경향이 낳은 무책임한 보도관행이 결합하여 루머의 생성과 확산을 부추기는 것이다. 루머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차단하고 억제하는 것보다는 상황에 따라서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관리"가 더 적절한 접근방식이다. 루머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루머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는 예방책(proaction)과 루머가 일단 발생한 후 대처하는 대응책(reaction)의 두가지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