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한국인의 나와 너 .. 이상철 <한통프리텔 사장>

이상철 "한국인은 여럿이서 한 접시의 요리를 먹을 때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은 절대 손대지 않는다" "한국인이란 누구인가?"라는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는 얘기다. 외국인이 들으면 의아해 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선 마지막 조각을 집어가는 사람은 얌체며 몰상식한 취급을 받는다. 그만큼 남을 배려하는 예의가 있는 것일까. 그런데 막상 사람 많은 곳에서 어깨를 부딪치고도 좀처럼 미안하다는 얘기를 안하는 것이 또 우리 한국인들이다. 장애자 시설을 이전하라는 집단시위는 벌써부터 보아온 현상이다. 단지 자기 자녀들이 장애자를 보며 자라는 게 싫고 또 집값이 내린다는 이유에서다. 벌써 오래된 얘기다. 내가 탄 미국행 비행기에 젊은 여자가 생후 몇 달도 안돼 보이는 2명의 아기를 안고 고생하는 것을 보았다. 입양아를 데리고 가는 보모인 듯 싶었다. 도착해서 보니 한 미국인 부부가 달려들어 눈물 콧물로 얼룩진 아기들에게 입을 맞추며 좋아 죽겠다고 야단이다. 우리나라가 부끄럽게도 전세계 입양아 수출국 1위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이화여대 최준식 교수가 쓴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라는 책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인 의식의 근저에는 집단주의로 발전한 뿌리깊은 가족주의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가족주의는 급기야 "나"와 "너"를 분명하게 갈라 내편이면 좋고 아니면 싫다는 식으로 발전한 듯하다. "내편"인 사람들과는 내가 안먹어도 좋다는 의사표시로서 마지막 한 조각을아무도 손대지 않지만, "남"에 대해서는 나만 쓰고 나면 그뿐이라는 생각으로축구경기가 끝난 잠실운동장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어린이 입양도 남의 자식은 들여놓지 않는다. 한가지 희망적인 소식은 요사이 남모르게 선행을 베푸는 이웃들이 우리 주변에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너와 내가 어우러져 기대며 살아가는 사회가 진정 선진사회가 아닐까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