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위기' 확산] 무리한 사업확장..태일정밀 왜 좌초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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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일정밀및 관계사들이 부도유예협약을 신청하게된 배경은 진로 대농 쌍방울 등 다른 부실기업과 마찬가지로 무리한 사업다각화로 인해 자금사정이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국내최대의 컴퓨터부품업체로 90년대초반까지 호경기를 구가하던 태일정밀은 지난 95년이후 전기 전자 건설 금융사업등에 무차별적으로 뛰어들면서 차입경영을 길로 들어섰다. 전체 14개계열사중 96년에만 9개계열사가 설립됐을 정도다. 이 과정에서 작년말 2천3백29억원이었던 은행권여신은 3천5백91억원으로 늘어났고 1천5백11억원이었던 제2금융권부채는 2천4백81억원으로 불어났다. 태일정밀이 작년부터 비제조업분야에 투자한 내역을 보면 대구종금지분인수에 9백50억원, 청주방송에 1백억원, 수원터미널에 3백억원, 대전동물원건설에 2백억원등 엄청난 수준이다. 특히 대구종금 주식인수를 시도할 때 대구종금의 적극적인 방어로 인수가 어려워졌음에도 불구, 포기하지 않고 종금사로부터 단기자금을 계속 끌어다쓴 것이 화근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이 휴유증으로 태일정밀은 단기차입금이 지난해에만 1천억원이상 늘어났으며 올 하반기에는 소요운전자금의 상당분을 종금사에서 조달해야하는 상황에 빠졌다. 이에따라 95년이후 재무구조가 계속 악화돼 94년말 34.3%에 달했던 자기자본비율은 작년말 22.9%로 떨어졌고 계열사전체의 당기순이익도 40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설상가상으로 올들어 대기업들의 잇단 부도로 유동성부족상태에 빠진 종금사와 보험사가 각각 7백50억원및 5백억원의 여신을 회수, 결정타를맞았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태에서 모기업인 태일정밀과 상장관계회사인 뉴맥스는 지난해 비록 79억원및 3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각각 올렸지만 작년에 설립한 태일전자가 무려 1백10억원의 적자를 내는 바람에 흑자분이 완전히 상쇄됐다. 부동산관련서비스 업체인 동호와 신방건설도 각각 66억원및 1억원의 적자를냈으며 지원정밀 영풍철강 동호전자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관계사들의 경영사정이 이처럼 악화되자 관계사에 3천3백82억원의 지급보증을 서준 태일정밀도 더이상 버틸수 없게 됐다. 태일정밀은 지난달 중국 하일빈에 3억3천만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쌍태전자를 준공하면서 금융계인사들을 대거 초청, 자금지원을 당부하기도 했으나 때늦은 뒤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6일자).